지난 16일 총통선거와 입법원 선거가 끝난 대만에서 유력 지자체장들이 수도기능 분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침체된 지역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부처와 국회를 남부 지역으로 옮겨달라는 것이다. 대만 중국시보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대해 “(총통당선자) 차이잉원이 요리사복장도 갖춰입기도 전에 지방제후들이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오슝, 타이중, 타이난 등 대만 3대 직할시장들은 최근 잇달아 국영기업 본사와 정부 부처의 지방이전을 주장했다. 처음 포문을 연 것은 라칭더 타이난 시장이다. 그는 지난 18일 행정원과 입법원을 타이난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100여년전까지 타이난이 대만 수도였음을 상기하고, 대만의 청와대격인 총통부도 이전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뒤질세라 천쥐 가오슝시장도 가오슝에 국영기업 본사를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천 시장은 대만 제2도시 가오슝에 철강 조선 화학 등 중후장대산업이 밀집한 것을 언급하며 “차이잉원 당선자에게 국유기업 본사와 총통부 이전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린자롱 타이중 시장도 논란에 가세했다. 린 시장은 “타이베이에 수도기능을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입법원의 타이중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총통선거에서 차이잉원을 도운 민진당 직할시장들이 ‘전리품’을 요구함에 따라 차이잉원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정부부처와 국회 이전 주장에 대해 왕민셩 민진당 대변인은 “지역 균형발전은 당의 중요한 과제”라며 “우선 여러 지역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만내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논공행상으로 수도기능을 이전하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랴오이밍 가오슝대 교수는 “총통부를 비롯한 정부부처 이전은 오랜 시간을 들여 국가대계를 수립해야 하는 문제”라며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따낼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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