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10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만큼 경제 회복을 자신했던 미국 주요 증시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일제히 폭락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4% 급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2%, 2.7% 하락했다. 이에 따라 2016년 들어 첫 10거래일 간 다우지수는 8.2%, 나스닥지수는 10.4% 폭락했다. 신년 첫 보름간 주가 흐름으로 보면 역대 최악이다.
유럽 증시도 마찬가지다. 지난 10거래일 동안 영국 FTSE100지수는 7.0%, 프랑스 CAC40지수는 9.2%, 독일 DAX30지수는 11.1% 추락해 세계 증시의 동반 폭락세를 연출했다.
글로벌 증시의 연초 부진은 중국 등 글로벌 경기 우려와 국제유가 급락이 겹치면서 증폭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위안화 절하와 중국 경기 침체 기류를 타면서 올들어 18% 떨어졌다. 작년 12월 고점과 비교하면 20.5% 떨어져 15일 ‘베어마켓’(대세 약세장)에 진입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2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5.7% 하락해 배럴당 29.42달러에 장을 마쳤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 3월 인도분은 6.3% 하락한 배럴당 28.94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올들어 20.6%나 하락했다.
대형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미 CNBC에 출연해 “피를 아직 충분히 보지 않았다”면서 미 증시가 현 수준에서 10%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중반대를 가다가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작년 말 64조5656억 달러에서 지난 15일 57조6281억 달러로 추락해 약 7조달러가 증발했다. 이는 한국의 2014년 국내총생산(GDP) 1조4103억달러의 약 5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21.8%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남아공(-16.29%) 러시아(-15.89%) 사우디아라비아(-15.27%) 아르헨티나(-14.91%) 등 신흥국과 산유국 증시의 충격이 특히 컸다.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자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 때 2%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부각되면서 장기 국채값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채권값 상승은 수익률(금리) 하락을 뜻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을 떠올리면서 또 한번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는게 아니냐는 불안감
앨버트 애즈워즈 소시에테제네랄 전략가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기가 다시 돌아올 것이며 이번 위기는 2008~2009년 만큼 나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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