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 급락으로 저물가 추세가 심화되면서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성장 늪에 빠진 유럽은 물론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일본도 물가절벽에 직면했다.
15일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가급락으로 수입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8.6%나 큰폭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월 이후 6년 2개월만에 가장 큰폭의 수입물가 하락률이다. 일본 최대 원유수입선인 중동 두바이유 가격은 11년래 최저치인 배럴당 20달러선으로 추락한 상태다. 원유가격 급락으로 수입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지난해 11월 일본 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0.1%에 그쳤다. 저유가 추세와 함게 식표품과 사료 수입물가까지 급락하면서 물가하방압박이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1.4%(변동성이 큰 신선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로 올려잡고 디플레 탈출에 올인하고 있는 일본은행 입장에서 곤혹스러울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물가하락 압력이 강해지면서 일본은행이 오는 29일 발표 예정인 경제·물가정세 보고서를 통해 올해 예상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또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저유가 장기화로 1.4%로 잡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1.0%로 낮아지고 당초 올해 하반기로 예상한 BOJ의 물가상승 목표치 2% 달성시기도 늦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르면 BOJ가 인플레 유발과 경기부양을 위해 4월께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좀처럼 저성장·저물가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더 강력한 통화완화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공개된 유럽중앙은행(ECB) 12월 집행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집행이사들이 더 큰폭의 금리인하 주장을 펼친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양적완화(QE) 시행기간을 2017년 3월까지 연장했지만 QE기간을 더 길게 가져가는 방안도 검토됐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저물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ECB가 추가 금리 인하·양적완화 확대를 단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유로존은 지난 11월 CPI 상승률이 전년동기대비 0.2%에 불과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속에 지난해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저인플레이션때문에 추가금리 인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내 매파인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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