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월가가 동네북 신세가 되고 있다.
정당과 이념을 떠나 미국 대선후보들이 너나 할것 없이 ‘나는 월가가 싫어요’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선주자들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월가 때리기’에 나서고 있어 금융기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주의자로 자처하는 민주당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가장 적극적이다. “사기야말로 월가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샌더스는 급기야 ATM 현금인출 수수료 등을 확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은행들이 리스크 높은 투자활동을 못하도록 고삐를 죄겠다고 벼르고 있다.
월가 큰손들의 노골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공화당 후보들까지 월가 비난에 동참하고 있다. 리만브러더스와 바클레이스에서 근무했던 젭 부시 대선후보(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은행 유보금과 자본금을 더 늘려야 한다”며 월가은행들에게 자본재확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아내가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당선되면) 은행에 결코 정부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가 금융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이처럼 월가 때리기에 동참하면서 ‘월가의 배신자’란 촌평까지 듣고 있다. 월가 고소득층을 “세금 제대로 안 내는 하찮은 사무직원들”이라고 매도한 도널드 트럼프도 누구보다 월가가 주는 혜택을 많이 받은 인물이다. 부동산 투자를 하며 천문학적인 규모의 은행대출을 끌어온데다, 지난 2004년 트럼프 기업 한곳이 파산위기에 처했을때 모건스탠리에서 긴급 자금을 수혈받기도 했다.
민주·공화 양당 대선후보들이 경쟁하듯 월가 때리기에 나선 것은 표 때문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적 여유를 잃은 상당수 미국 시민들은 현재 겪는 고통이 상당부분이 월가 책임이라고 보고 있다. 월가는 당혹스런 상황이다. 톰 도나휴 미 상공희의소 회장은 “월가에 대한 부정저인 정치적 수사가 난무하는 대선 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 때때로 무섭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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