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선거운동에 나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초기 경선지역 중 하나인 동부 뉴햄프셔 주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경선 유세에 홀로 참석해 청중을 압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힐러리 만큼 지식·경륜·자질을 갖춘 대통령 후보는 없다고 믿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또 “힐러리는 불확실한 세계 안에서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지키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차분한 어조를 띄었지만 연설 중간마다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직 당시 중국과 러시아를 이란 핵협상에 참여시킨 것을 언급하며 “그 일을 해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또 예일대 로스쿨에서 힐러리를 처음 만났던 45년전을 소개하며 “(힐러리는) 가난한 자들에게 법률적으로 도움을 주려 했던 멋진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힐러리는 남편의 지원유세를 ‘비밀병기’라고 표현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원사격이 힐러리한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그가 선거유세에 참여함으로써 힐러리측 세력 결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반면, 성추문 사건들로 점철된 과거가 재조명 받아 지지도를 잃을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불륜 사건들을 언급하며 “(성추문은) 명백히 큰 사건이었다. 맙소사! 클린턴은 이 일로 인해 탄핵까지 당했다”고 지적했다. 성차별주의자라는 비판에 노출돼있는 트럼프 후보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을 끊임 없이 언급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측이 성추문 사건을 들춰내더라도 영향이 미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직접적인 잘못으로 보기도 어렵고, 18년전 이미 심판을 거친 사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지난 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나라를 위해 클린턴의 성생활보다 먼저 걱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 캠프에서도 성추문 쟁점화를 피하기 위해 무대응 전략을 택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유세 현장에서 트럼프 후보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으며, 트럼프가 성추문을 두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할 말이 있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나치게 큰 존재감을 과시할 경우, 여성 후보인 클린턴 후보의 역량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클린턴 후보 캠프가 의도적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역할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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