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합의에 실패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발 신흥국 경제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원유 공급과잉에다 초읽기에 들어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 기조때문에 국제유가 하방압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유국 경제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유판매 수입 급감으로 자금난에 쪼들린 산유국들이 신흥국에 투자해놓은 오일머니를 대거 회수하는 수순에 들어가면 신흥국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 신흥국 외환부족 사태가 심화될 수 있다.
OPEC은 지난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회의를 열었지만 산유량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 다만 OPEC은 현재 실질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일간 3150만배럴 수준의 생산량 쿼터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산유량 쿼터를 증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OPEC이 결정한 일간 공식 생산량 쿼터는 3000만배럴이었다.
OPEC 감산 실패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는 곤두박질쳤다. 4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9.97달러에 마감, 심리적 지지선인 40달러가 깨졌다. 유가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하더라도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거래됐지만 이후 70% 가량 폭락한 상태다. 국제유가 기준지표인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내년 1월 인도분 선물 가격이 전일 대비 1.92% 급락한 배럴당 43.00달러에 마감했다.
골드만삭스는 원유시장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으면 강달러 영향으로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
국제유가 하락은 석유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 브라질 등 산유국은 물론 신흥시장 전체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산유국 재정악화도 글로벌 경제에 위협요인이지만 이에 따른 신흥국 ‘오일머니’ 회수로 인해 신흥국 경제위기론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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