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에게 참정권을 허용키로 한데 이어 이혼한 여성에게 독립된 호주권을 부여하기로 하는 등 여성인권 신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초 사우디에서 국왕이 교체된후 정국 불안과 경제침체에 따른 국민 불신을 줄이기 위해 여권 신장카드를 내걸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간 알리야드는 지난 2일(현지시간) 사우디 정부가 이혼한 여성에게도 호주가 될 수 있는 권리를 조만간 부여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혼한 사우디 여성은 자신의 호적에 자녀를 입적시켜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거나 정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이혼 여성이 양육하는 자녀가 기초 공공서비스를 받으려면 여성은 전 남편 동의를 얻어야 하고, 전 남편이 이를 거부하면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했다.
아울러 이혼한 여성이 재혼한뒤 전 남편에게서 난 아이도 여성 호적에 올릴 수 있도록 허용된다. 지금까지는 생부에게서 난 자식만 호적에 등록할 수 있었지만 이혼녀도 재혼한뒤 기존 자식들을 호적에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우디는 또 건국후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해 오는 12일 지방의회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이번 선거에서 사우디 여성들은 처음으로 투표뿐만 아니라 후보로도 나설 수 있다. 알자지라통신 등에 따르면 지방선거 입후보자 6140명 중 여성은 865명으로 14%에 달한다. 투표를 하는 여성 유권자는 13만637명에 그쳤다. 반면 남성 유권자(135만여명)는 여성 유권자의 10배나 많다.
사우디의 여성 참정권 보장은 지난 2011년 압둘라 전 국왕이 최고 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 연례 연설에서 “2015년부터 여성이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할 수 있고 투표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성사됐다. 여성들의 이번 선거 참여는 압둘라 전 국왕의 공약을 신임 살만 국왕 체제에 와서 실행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성 참정권을 둘러싸고 사우디내에서 분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말 지방의회 선거 입후보자 명단에서 나시마 알사다흐 등 3명을 제외했다. 이들 3명은 여성에게 운전할 권리를 달라며 사우디에서 캠페인을 벌여왔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운전을 금지하는 국가인 사우디 당국으로선 이들을 반정부
일각에서는 사우디의 여권 신장 정책이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사우디 왕가 분란과 국제유가 하락, 각종 외교정책 실기를 무마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형식적인 여성의 권한 확대로 미국 등 서방의 비판을 무마하려는 측면도 강하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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