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테러의 상처가 할퀴고 지나간 지 사흘이 흘렀지만 파리 14구에 위치한 코쉥 종합병원은 여전히 테러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입구 근처 곳곳에 총을 든 무장경찰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어 접근자체가 쉽지 않았다. 코쉥 병원은 바타클랑 극장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와 자폭테러로 부상당한 20여명이 후송된 곳이다. 입구에서 만난 병원 관계자는 “취재진은 들어갈 수 없다. 가족들만 접견이 가능하다”며 “오늘부터 일반 환자 진료는 정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쉥병원은 다수의 중상환자를 맡을만큼 큰 병원이 아니었지만 테러 발생지역과 근접한 곳이라 총상을 입고 폭탄 파편을 맞은 환자들이 대거 앰뷸런스에 실려왔다.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들의 엉덩이와 허벅지 총상을 보고 의료진이 처음엔 적지 않게 당황했다는 전언이다. 이곳 의료진들은 사태 발생직후 이틀여간 수술과 치료때문에 거의 휴식을 취하지 못한채 병상을 분주히 옮겨다녀야 했다. 일부 의료진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쉥병원 의료진들은 “부상자가 몇 명이나 더 몰려올지 몰라 불안했고 고통스러웠다”며 “괴롭고 고독한 순간들은 이제 지났지만 이곳은 여전히 생사를 오가는 사람들이 사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주의자들의 무차별 테러로 깊게 패인 상처가 아물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해보였다.
그럼에도 16일 파리지엥(파리 시민)들은 애써 일상으로 돌아가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학교는 정상 수업에 들어갔고 루브르박물관 등 주요 관광시설들도 재개장했다. 테러 피해지역에는 주말에 비해 인파가 부쩍 늘어난 느낌이었다.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테러직후인 지난 14일 오전 피아노로 ‘이매진’을 연주했던 피아니스트가 다시 등장해 비틀즈의 ‘예스터데이’, ‘헤이쥬드’ 등을 연주했다. 듣고있던 이들 중 성악을 전공한 듯한 여성 한명이 피아노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자 즉석 콘서트 무대가 열렸다. 광장에 누군가가 분필을 들고 오자 너나할 것 없이 바닥에 메시지를 적기 시작했다. 오후 6시께 광장 거의 전역에 글이 가득찰 정도였다. 테러 피해지역중 한곳인 르프티 캄보디아 앞에는 프랑스 국기가 걸렸고 사람들은 “라마르세예즈”(프랑스 국가)를 목놓아 불렀다.
파리 테러후 극우파를 중심으로 일각에서 반이민정서와 무슬림포비아(이슬람 혐오증)가 확산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화해의 메시지에 희망을 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파리2대학 앞에서 만난 일리야 세르니코바(경영학 전공)씨는 “테러때문에 난민정책이 바뀌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이슬람 사회를 프랑스 주류사회와 더 융합시키지 않으면 난민정책과 관계없이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슬림들의 기도 장소이자 파리의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르그랑 모스크’내 별도로 마련된 레스토랑에는 6~7명의 파리지엥들이 모여 식사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40대 중반의 백인남성은
[파리 =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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