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은 미국 달러 패권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다.
미국 중심의 국제통화기금(IMF)에 반기를 들어온 중국이 AIIB(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 창설에 이어 위안화 IMF SDR 편입을 신호탄으로 기축통화로서의 자격을 갖춰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인행인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총재는 오래 전부터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시스템 폐해를 역설하며 SDR 개편을 주장해 왔다.
유럽 등 여타 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부담이다.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 발권능력을 과도하게 이용, 자국 이익을 추구한 데 따른 유럽 국가들의 반감이 적지 않다. 프랑스는 이미 오래 전부터 IMF 개혁을 요구하는 신흥국 편에 서왔고 기축통화도 달러외에 유로, 위안화 등으로 확대하는 복수 기축통화제도 시행을 주장해왔다.
미국의 핵심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조차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 영향력 확대를 위해 달러화를 견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기축통화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는 위안화 국제화 허브를 자처하고 나섰다.
달러에 대한 견제심리는 미국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선뒤 달러 약세가 급격하게 진행되자 수출경쟁력이 취약해진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미국이 통화전쟁을 조장하고 있다”며 맹비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역으로 미국이 금리인상을 통한 출구전략 시행을 검토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신흥국에서 뭉칫돈이 급격히 빠져나가 일부 국가들이 외환부족 사태에 직면하기도 했다.
SDR편입으로 위안화 국제화가 급속히 진행돼 위안화가 기축통화 위상을 어느정도 확보하게 되면 달러에 집중돼 있던 통화의 힘이 다극화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가 차지하던 비중은 1970년대 80%에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60%선을 넘나들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 등이 달러화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면 달러화가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더라도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기축통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회의론도 적지
[워싱턴 = 이진명 기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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