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치닫던 미국 빅3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벼랑 끝에서 단체협상안 최종타결에 성공했다. 이달 초 첫 협상안이 부결되면서 양측 간에 긴장이 흘렀지만 2주 남짓 만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UAW 지도부가 강력한 협상 의지를 갖고 전문 PR대행사 까지 고용해 노조원들을 전방위적으로 설득한 결과다.
22일(현지시간) UAW는 FCA와의 재협상결과를 담은 2차 잠정합의안이 지난 20~21일 실시된 임단협 표결에서 77%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는 디트로이트의 다른 빅3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와 단체교섭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남은 협상에도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새 합의안 핵심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후 정규직 대비 낮은 임금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에 대해 임금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당초 사측은 현재 시간당 28달러 수준인 정규직 임금은 30달러로 올리고 2007년 이후 고용한 시간당 16~19달러 수준 이중임금 노동자는 8년 간에 걸쳐 29달러 수준까지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7일 투표에서 노조원들은 “임금격차 해소기간이 너무 길다. 사측이 약속한 의료비부담 경감도 믿을 수 없다”며 66%가 반대해 근로계약안을 부결시켰다.
어렵사리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양측 간엔 ‘파업전야’ 같은 긴장감이 흘렀다.
노조와 사측은 이틀만에 예전 합의안 내용 일부를 새 안을 만들었지만 계약조건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UAW지도부는 대신 전방위적인 조합원 설득전에 나섰다.
UAW 위원장 데니스 윌리엄스는 ”앞으로 모든 이야기를 다 전달하겠다. 앞으로 더 많은 사실과 설명을 전달할 예정이니 사실에 집중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대형 PR대행사를 고용해 협상안 홍보전에 나선 것이다.
‘얻게 될 많은 것’이란 슬로건 아래 페이스북, 트위터에 3~4시간 단위로 협상안 홍보 글을 올렸다.
임금 인상, 늘어난 휴일처럼 노조원들이 좋아할 만한 ‘얻은 것‘을 특히 강조했다. 댓글란에서 노조원들의 의문점이나 반박을 확인해 이에 대응하는 Q&A 코너를 만들었다.
고용 안정을 위해 사측이 53억달러 투자를 통한 공장 증설, 아웃소싱 중단을 약속했다는 점도 집중 홍보했다.
처음에는 노조원들 사이에서 ‘사측이냐 노조편이냐’ ‘협상없이 양보만 하고 돈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UAW는 되레 “저가 중국제품 범람과 엔화값 하락, 전기자동차 출현 등으로 산업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우리의 절대이익은 결국 장기 고용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노조원을 설득했다.
노조가 요구사항을 일부 접는 대신 사측은 일자리 유지를 위한 미래 투자를 하기로 절충점을 찾았음을 적극 설명했다.
조금이라도 입장이 어긋나면 으레 사측을 맹비난하고 파업으로 치닫는 한국에선 기대하기 힘든 모습이다.
‘얻을 것’과 ‘양보할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게 된 노조원들은 차츰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근로자 케빈 존슨은 “내가 얼마의 임금 인상을 받을지 어떤 의료비 등 혜택을 받게 될 지 확실히 알게 됐다. 충분히 유리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악명높은 강성 산별노조 UAW를 지켜봐왔던 사측도 ‘비둘기’ 처럼 변한 노조지도부 모습에 놀랐다.
FCA는 공식성명에서 “이번 노조의 양보는 미국의 노동자들을 위한 투자이며 안정적 회사 성장을 위한 공헌으로 생각한다”고 환영 뜻을 밝혔다. 이에 윌리엄스 위원장도 “높은 질과 경쟁력 있는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계속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고용과 임금안정도 달성하게 된 것”이라고 화답했다.
현지 언론들도 “무리한 밀고 당기기를 계속 하지않고 노조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사측과 모두 ‘윈-윈’을 얻어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할
[이지용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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