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본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경사론’을 완벽하게 불식한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1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는 지난달 초 한·중 정상회담 이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갔다”면서 “미국 내에서 제기된 한국의 중국경사론과 관련한 오해를 성공적으로 불식했다”고 평가했다. 칼더 교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중관계 개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표명한 것에 집중했다.
칼더 교수는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중국경사론이 일었던 자체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15년 상하이에서 시작된 한국의 독립투쟁 역사를 아는 미국인 많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워싱턴에서는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나타는 것을 일부 ‘쇼킹’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가 상하이 독립투쟁 100주년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박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칼더 교수는 그러나 “한·중 관계의 개선과 진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의존과 북한에 대한 지렛대 역할에 국한되어야 한다”면서 “점진적인 ‘핀란드화(Finlandization)’ 가능성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경고했다. ‘핀란드화(Finlandization)’는 큰 나라에 대응하는 작은 나라가 자신도 모르게 복종하게 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한중관계를 지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도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중국의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목소리를 내주리라는 기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그러면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중국의 인공섬 건설 등을 예로 들었다. 경제와 북한 문제 등에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가치와 국제질서 관련한 문제에서는 단호한 입장을 요구한 셈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 선임연구원은 “한·미가 이번에 채택한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억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도발 의도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 중국 간의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는 의지 또한 충분히 반영됐다”고 밝혔다.
북한문제에 있어 빅터 차 교수는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북한이 의지를 갖는다면 이란과 같은 대타협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칼더 교수는 그러나 “공동성명 자체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개발이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한계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공동성명에서 밝힌 분명한 메시지와 대화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성공적”이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신뢰와 양국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칼더 교수는 “한·미 관계의 지평을 중국 북한 문제 뿐만 아니라 사이버안보와 기후변화대책 보건 등으로 확대됐다”면서 “이는 오바마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미국이 한국의 지지를 기대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빅터 차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한반도 통일 전략에 대해 분명한 지지를 보냈다”면서 “성공적
한편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미국 내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 열병식을 참관한 것을 불편하게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번 방미를 계기로 상당히 희석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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