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사태를 놓고 글로벌 양강인 미국과 러시아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달 30일(미국시간) 러시아가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고 미국은 해당 영공 비행을 자제해 달라는 러시아 측 요청에도 불구하고 ISIL을 겨냥한 공습을 계속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지난 달 28일 UN총회 기조연설과 미·러 정상회담에서 맞붙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2라운드’ 성격이 짙다.
뉴욕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긴급 회동해 시리아 현지에서 군사회담을 열기로 하는 등 최악의 상황은 모면한 듯 보이지만 시리아 내전을 바라보는 미국과 러시아의 시각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아슬아슬한 긴장상태는 계속될 전망이다.
러시아 공습의 표면적인 이유는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러시아 침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와 몇 안되는 맹방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1944년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수립한 뒤 이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해 서방 국가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시리아를 유엔 창설 멤버로 참여시켰다. 러시아와 시리아 간의 국제결혼이 성행한 적도 있다.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을 통해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시리아 타르투스항 해군기지는 러시아가 해외에 갖고 있는 유일한 해군기지다. 미국이 걸프지역 주요국들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어 러시아는 시리아와 이란을 통해 미국의 세력확대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있다.
■공습지역 논란
러시아가 26년만에 첫 군사개입을 시도한 지역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고르 코나센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공습 타깃이 IS건물과 차량”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역시 “러시아 공군이 IS조직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공습이 가해진 지역이 아마도 IS세력들이 있는 장소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가 공습한 지역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육성한 시리아 반군의 점령지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CIA는 2013년부터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시리아 반군을 육성해왔다. 러시아가 IS를 공격했다면 당초 공습의 명분에 부합하지만 반군이 장악한 지역이라면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셈이어서 사태는 심각해진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공습지역은 시리아의 중서부 도시인 홈스로 알려졌다. 이곳은 IS가 아닌 알누스라전선과 이슬람주의 반군인 아흐라르알샴 등이 장악하고 있다. 홈스는 시리아 3대 도시 중 하나로 반군이 최초 장악한 도시라는 점에서 ‘혁명의 수도’라고 불린 곳이다. 알아사드 정권으로서는 시리아 서부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탈환해야 할 지역이기도 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번 사태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에 있어 러시아에 계속 밀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과감한 행동에 나서는 데 비해 오바마 대통령은 고민만 거듭하면서 주도권을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당시 보여줬던 모습이 ‘데자뷔’로 나타나면서 야당인 공화당의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시리아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는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러시아보다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 내 여론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얻은 경험에 근거해 새로운 중동 분쟁에 개입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러시아의 시리아공습 사태는 일단 미·러 양국이 군사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시리아에서 직간접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상시 대화채널을 가동하기로 하면서 당장의 위기는 넘긴 듯하다.
하지만 알아사드 정권 축출을 추구하는 미국과 알아사드 정권 보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 러시아의 근본적인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갈등과 대립은 불가피해 보인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은 IS나 알카에다 분파들과 싸우기 위한 어떠한 진지한 노력도 지지한다”면서도 “알아사드 정권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IS 격퇴라는 명분을 앞세워 어떻게든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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