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맺은 ‘오슬로 협정’이 20여년만에 완전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맺은 협정에 더는 매여 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압바스 수반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정착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양측이 맺은 합의에 따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지 않는다면 우리만 협정을 지킬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지금 필요한 것은 이스라엘 점령을 끝내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노력하는 것”이라며 “그때까지 유엔이 팔레스타인 국민을 보호하는 노력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압바스 수반이 말한 ‘정착활동’은 이스라엘이 지난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점령한 동예루살렘에서 진행중인 ‘정착촌’ 건설 작업을 뜻한다. 유엔은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땅으로 인정했지만, 이스라엘은 사실상 아랍계 주민을 내쫓고 유대인들을 위한 집을 계속 짓고 있다.
특히 이날 압바스 수반이 지난 1993년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과 이츠하크 라빈 전 이스라엘 총리가 서명한 일명 ‘오슬로 협정’에 구속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중동에 또다른 전운이 커지고 있다. 이 협정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을 반환해 팔레스타인 자치국가를 설립하는 대신, 아랍권이 이스라엘 생존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오슬로 협정이 체결된지 1년여 만에 이스라엘 내 극우파 반발을 산 라빈 전 총리가 암살당하면서 협정은 애초부터 유명무실화됐다. 이후 우파연합 대표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집권한뒤 팔레스타인에 점령지 반환을 거부하면서 해빙 무드는 사실상 깨졌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은 현재 강경파인 하마스가 집권당이 되면서 이스라엘과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압바스 수반의 연설이 나오자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압바스 수반의 말은 기만적”이라며 “중동에서 파괴를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엔 총회 연설을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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