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5년째에 접어든 시리아 내전 관련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다.
시리아 사태를 놓고 미국과 보조를 맞춰왔던 사우디가 러시아에 손을 내민 모양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우디의 ‘탈미(脫美) 외교’가 본격화 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중동 및 국제 에너지 시장 현황 등이 의제인데, 시리아 사태에 대한 해법 논의도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사우디는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와 입장을 달리해왔다.
사우디는 미국과 함께 시리아 반군(수니파)을 지원했고, 러시아는 이란과 마찬가지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시아파)을 두둔했다.미국이 시리아·예멘 등에서 벌어지는 중동 내 무력 사태로부터 잠시 물러난 사이, 사우디가 러시아가 접촉 면을 넓히려는 시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JTG의 파하드 나제르 연구원은 “사우디와 러시아는 여전히 시리아 사태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지만, 사우디는 러시아가 사태 해결의 열쇠를 갖고 있다고 결론낸 것 같다”고 말했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올해들어 중동 현안에 대한 독자 개입을 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 핵협상까지 겹치면서 사우디와 미국 사이에 보이지 않는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다.
사우디가 러시아와 가까워지려 하는 또다른 이유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내부 사정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날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 압박으로 최대 200억리얄(약6조3900억원)규모 국채 발행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7월 150억리얄(약 4조8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매각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는 재정압박으로 국채를 발행해 연내 1500억달러(약 174조48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적자의 최대 40
사우디 경제에 이처럼 빨간불이 켜진 건 재정수입의 약 90%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면서도,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 유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려 공급과잉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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