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후보들의 첫 TV토론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미국 대선 레이스가 시작했다.
첫 토론날 주인공은 ‘막말의 신’ 도널드 트럼프였다.
미국 부동산 재벌이자 공화당 후보 중 여론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는 이날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폭스뉴스 주최로 열린 공화당 TV토론에서 ‘경선 결과 불복’ 의중을 내비쳐 청중들로부터 야유와 조롱을 받았다.
폭스뉴스의 간판 여성 앵커인 메긴 켈리가 첫 공통질문으로 경선 결과에 승복할 것인가를 묻자 유일하게 트럼프만 손을 들어 “내가 아닌 다른 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그 결과를 존중하리라 장담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경선 결과 승복을 약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꾸준히 제기돼 온 제 3당 또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공화당 내에서 정치적 앙숙인 랜드 폴 의원이 이에 대해 “그동안 정치인들을 여러 차례 돈으로 매수하지 않았느냐”면서 “벌써부터 위험분산 차원에서 탈당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냐”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당신한테도 내가 많은 돈을 줬던 것을 모르느냐”면서 맞받았다.
토론 진행자 켈리가 트럼프에게 “트위터에서 당신이 싫어하는 여자들을 돼지나 개 등 불쾌한 동물에 빗댄 적이 있다”며 여성비하 발언을 비판하자 트럼프는 “오직 로지 오도넬에게만 그렇게 했다”고 발끈했다. 로지 오도넬은 동성 결혼을 한 거구의 여성 코미디언이다.
공화당 후보들의 토론회였던 만큼 오바마 케어, 중동외교 등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줄곧 제기됐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견제하는 발언도 잇따랐다.
한편 랜드 폴 상원의원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통신기록 수집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의 질주에 반격을 노렸던 여론 지지도 2, 3위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트럼프를 사이에 두고 양 옆에 자리했으나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폭스 뉴스는 공화당 경선주자 17명 중 여론조사 지지도 등을 종합평가해 상위 10명을 대상으로 이날 첫 TV토론을 실시했다. 토론에 참가한 후보는 여론 지지도 1위의 트럼프를 비롯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의사 출신의 벤 카슨,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등이었다. 테드 크루즈, 마르코 루비오, 랜드 폴 상원의원과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존 카시 오하이오 주지사도 참가했다.
폭스뉴스가 지난 7월30일부터 8월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가 26% 지지율로 가장 앞서고 젭 부시 전 주지사가 15%, 스콧 워커 9%, 벤 카슨 7%, 마이크 허커비 6% 순이었다.
상위 10명 후보의 TV토론에 앞서 나머지 후보 7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마이너리그’ 토론에서는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CEO가 발군의 실력으로 토론을 압도해 눈길을 끌었다. 공화당의 유일한 여성 대선주자인 피오리나는 기업인으로서 외국 정상들과 만났던 경험을 소개하며 당내 선두주자인 트럼프 후보와 상대당 유력 후보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동시에 비판했다.
트럼프가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선 출마 격려전화를 받은 것에 대해 “나는 유세 전에 빌 클린턴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비꼬았으며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에 대해서는 그의 말실수를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사찰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이룬 건강보험개혁과 이민개혁, 이란 핵합의 등
사실상의 대선 개막전인 이번 TV토론을 보기 위해 공화당원과 정치권 관계자 그리고 언론들로 클리블랜드는 일대는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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