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가 또 한번 열린 것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준 내부 연구원들이 작성한 미국 기준금리 전망 자료를 연준 홈페이지에 한달간 띄워놓는 대실수를 저질렀다. 이 자료는 보통 작성한지 5년 뒤에나 외부로 공개되는 대외비 자료다.
이 자료가 무척 민감한 이유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비롯한 워싱턴 소재 연준 위원들이 미국의 최신 경제 흐름을 파악하고 향후 전망치를 수립하는데 이 자료에 무척 의존하기 때문이다. ‘연준 레스토랑’의 시크릿 레시피(secret recipe)가 공개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연준 연구원들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0∼0.25%를 유지하고 있는 미 기준금리가 올해 4분기에는 평균 0.35%로 인상되고, 내년과 내후년 4분기에는 각각 1.26%, 2.12%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밝힌 위원들의 전망치보다 낮은 것이다. 당시 17명의 위원들은 올 연말 기준금리가 평균 0.625%, 내년 4분기가 평균 1.625%. 2017년 말에는 2.87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연준 연구원들의 금리 전망은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월 FOMC 회의 때 제시된 것보다 낮은 것으로 금리 인상이 보다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연준 연구원들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2.3%, 내년 2.4%, 2018년에는 2% 이하로 전망했으며 물가 상승률은 2020년까지 연준 목표치인 2%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자료 유출 사실에 대해 연준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부정확한 숫자이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 위원들의 견해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타라 싱클레어 조지워싱턴대 부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연준 연구원들의 경제전망은 꽤 정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내부문건 유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에는 한 투자정보기관이 FOMC 의사록이 공개되기 하루 전에 의사록 주요 내용을 족집게처럼 예측하는 보고서를 내놔 발칵 뒤집혔다. 법무부는 이 사건에 대해 옐런 의장 등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2013년 4월에는 연준의 의회 연락사무소 직원이 FOMC 의사록이 공개되기 하루 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록 사본을 150여명에게 이메일로 전송한 적도 있다.
이처럼 연준의 정보 유출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이를 성토하는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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