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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47·사진)은 지난 20일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에서 “남은 임기 중 중남미 최대 규모의 국제 신공항 건설과 태평양·대서양을 잇는 육상도로를 구축하겠다”며 “이를 통해 남은 임기 중 온두라스를 세계지도 상에서 존재감 있는 국가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작년 초 55대 온두라스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의 임기는 2018년 1월까지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자신감은 온두라스 만이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특성으로부터 나온다.
온두라스 남쪽은 폰세카만을 시작으로 태평양과 맞닿아 있고, 북쪽으로 가면 카리브해 거쳐 바로 대서양이 나아갈 수 있다. 나라 생김새도 좁아 육로를 통하면 양 대양을 오고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온두라스 수도인 테구시갈파 인근에 중남미서 가장 큰 국제공항을 세우고 남북을 연결하는도로·철도를 만들면, 파나마 운하를 대체할 중미 물류기지로 거듭날 수 있다는 생각이 에르난데스 대통령 머릿속에 있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는 현재 세계 교역량의 약 5%를 소화하고 있고, 확장 공사가 끝난다해도 20% 수준에 그친다”며 “온두라스만의 지정학적 조건을 활용해 391km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만들면, 육로로 파나마 운하 보다 빠르게 물류 운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속도로 외에 대륙횡단 고속열차용 철도를 구축해 이동 시간을 단축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타당성 조사가 현재 마무리 단계다. 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입찰도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온두라스가 꾸는 중앙아메리카 물류 기지의 꿈은 공교롭게도 이웃인 니카라과의 운하와 겹친다. 지난해 12월 착공돼 2019년 완공 예정인 니카라과 운하는 수로가 278km에 달해 파나마 운하 보다 3배 더 길고 물동량은 배가 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터전을 잃을 걸 우려한 니카라과 농민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운하 건설 자본의 주인이 중국계(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 이다보니 미국의 보이지 않는 견제도 있다. 이 틈을 후발 주자인 온두라스가 육상 수송로를 내세워 적극 공략하는 모양새다. 온두라스는 중국 대신 대만과 수교 중인 국가다.
지난 3월에는 예상치 못했던 호재도 나왔다. 유네스코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온두라스 열대우림 지역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고대문명 유적지가 미국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백색 도시’ 또는 ‘원숭이 신의 도시’로 알려진 이 고대도시는 지난 수백 년간 많은 서구 탐험가들이 찾아 헤맨 곳이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번에 발견된 고대 문명은 전에 알던 문명과 다르기 때문에 세계 과학계의 기대가 크다”며 “유네스코 참여 하에 자연 훼손 없이 발굴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이 발견된 고대문명 유적지를 중장기적으로 관광 상품화 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중남미 국가 중 최초로 한국을 찾은 정상이다. 작년 1월 취임 후 첫 아시아 방문국으로 일본과 대만에 앞서 한국을 택하기도 했다.
온두라스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한국을 벤치마킹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지난 2011년 그가 국회의장 자격으로 한국을 차음 찾았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11년 방한 당시 인천경제특구 모델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이후 온두라스도 이를 본따 헌법 수정 등을 통해 ‘온두라스 특별개발지구(ZEDE)’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온두라스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두라스 특별개발지구에 대한 타당성 조사 역시 코이카가 담당하고 있다.
온두라스가 또 한가지 한국서 배우고 싶어하는 건 교육시스템이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미 온두라스의 많은 교원들이 한국서 연수를 받고 교육시스템을 자국에 전파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교육평가원(ETS)을 통해 영어를 제2 외국어로 교육 시키는 모델이 우수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바쁜 부모를 대신해 조부모가 손자녀를 가르치는 것도 한국의 문화적 특성이 가미된 흥미로운 형태의 교육”이라고 덧붙였다.
한·중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관련해 그는 “온두라스를 비롯한 중미 지역 내 관세동맹이 강화되고 있다”며 “FTA가 체결되면 한국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고 온두라스는 원자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이 온두라스에 제조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은 짧은 기간 내에 엄청난 성장을 이룬 국가”라며 “내가 가진 ‘강한 온두라스’라는 염원을 이루는 게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 정슬기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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