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상하이와 선전 증시가 개장한 순간 거래소 전광판은 온통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2800여개 상장 종목 가운데 빨간색 상승표시로 거래를 시작한 종목은 단 7개에 불과했다. 상장기업 절반이 폭락장을 염려해 거래정지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투자심리가 급랭한 결과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개장 몇분만에 300포인트 넘게 빠진 3421까지 수직 낙하했다.
증권사들은 장초반부터 투자자들의 펀드환매 요구에 시달려야 했다. 기업들이 거래정지로 ‘대피’하는 것처럼 개인투자자들은 펀드환매로 폭락장을 피하려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들은 거래소 관계자들을 인용해 “기업들의 ‘자구책’이 증시 공멸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최근 거래정지 신청 기업들은 대부분 ‘주요 경영계획’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획이란 게 주식거래를 정지할 만큼 중대사안인지는 해석하기 나름이어서 결국엔 ‘소나기를 피하고보자’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요즘 같은 장에선 주가를 보호하고 주주들의 원성을 덜 들으려면 주식거래를 정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기업들의 거래정지 신청이 증시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와 거래소는 감독강화를 공언하고 나섰다. 중국은 상장기업이 △분기실적이나 M&A 등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 △증자를 하거나 주주총회를 소집하기 전 △대규모투자 등 주요 경영계획을 발표할 때 일시적 거래정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선전거래소 관계자는 8일 제일재경에 “거래정지를 신청하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면서 “엄격히 심사해 가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선물거래소는 8일부터 중소형 기술주 비중이 높은 CSI500 지수선물에 대한 증거금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선물 시장에서 투기적 매도세를 잡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감독당국의 이런 대응에도 이날 주가는 폭락세로 마감했다. 상하이지수는 전날보다 5.9% 빠진 3507.19포인트를 기록, 지난달 11일 기록한 연중고점 5166포인트와 비교하면 한달만에 30% 급락한 상태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그룹 집계에 따르면 이 기간 증발한 시총만 3조 2500억 달러(약 3600조원)에 달한다. 프랑스증시 전체와 맞먹는 규모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증시가 백약이 무효한 상태로, 결국 거품이 꺼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폭락 원인에 대해 “경제의 펀더멘털이 안좋은 상황에서 중국정부가 통화완화, 자본시장육성, 증시개방 등 정책적으로 증시를 띄우면서 펀더멘털과 증시간의 디커플링이 심해진 탓”이라고 진단했다. 실물경제는 나아진 게 없는데 정부 부양책으로 주가만 급등하자 대부업체 등 제 2금융권까지 주식신용대출을 남발했고 거품이 꺼지자 과도한 조정을 불러왔다는 얘기다.
이용철 유안타증권 글로벌비즈팀장은 “중국 증시는 신용거래로 시작해 신용거래로 끝을 보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국 투자자들은 자기 돈의 5배까지 빌려서 주식을 살수 있다”며 “신용거래는 주식이 올라갈 때는 강력한 화력이 되지만 10%만 빠져도 반대매매가 이뤄져 걷잡을 수 없는 폭락을 불러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중국 증시는 신용거래 매물이 하한가로 쏟아져도 받아줄 사람이 없는 수급 공백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유럽에서 급거 귀국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최근 증시 폭락에 대해 격노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리 총리 측근의 발언을 인용해 “리 총리는 유럽에서 돌아오자마자 증시 폭락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격노했다”고 전했다. FT는 이어 “중국 지도부가 증시 파동을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여기기보다 사회 불안정이란 정치적 측면에 비중을 두고 접근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증시부양 의지가 워낙 확고해 향후 증시 낙폭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8일에도 국영기업들의 보유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전병득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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