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학자들은 울기만 해서 골칫덩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인 영국의 노벨상 수상자가 절망감으로 소파에 앉아 엉엉 울어버렸다고 토로했습니다.
팀 헌트 전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명예교수는 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와의 단독인터뷰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불안하고 조금 혼란스러워 미쳐버렸던 것 같다"면서 "용서받을 수 없겠지만, 반어적인 얘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헌트 전 명예교수는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에 참석, 여성과학자들과의 오찬에서 "여성과학자들은 실험실에 있으면 남성과학자와 사랑에 빠지고, 비판하면 울기만 해서 골칫덩이"라면서 "나는 동성 과학자들만 있는 실험실을 선호한다"고 말해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헌트 전 명예교수는 "나는 끝장났다"면서 "20년 넘게 재직해온 대학 등 학문기관에서 나를 난감한 상황에 홀로 내버려두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것은 물론, 내 입장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서울에서 한 발언이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가자 영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UCL은 명예교수직 사표를 종용했고, 유럽연구이사회(ERC)는 이사직에서 물러나라고 했으며, 영국왕립협회는 더 정중히 사과하라고 압박했습니다.
불과 이틀 만에 헌트 전 명예교수는 절망에 이르렀고, 소파에 앉아 엉엉 울었습니다. 영국의 원로 면역학자 중 한명인 아내 메리 콜린스 UCL 면역학과 교수도 함께 울었습니다.
아내 콜린스 교수는 "남편이 집에 있을 때는 쇼핑과 요리를 도맡아 한다"면서 "특히 요리를 아주 잘해서 딸들이 내가 한 것보다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남편은 그 발언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고 어리석은 말을 종종 하지만, 성차별주의자는 아니다"라면서 "나는 여성주의자인데 만약 그가 성차별주의자였다면 그와 함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헌트 전 명예교수는 '세포 주기'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고 이를 토대로 암 발생 원인을 규명한 공로로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