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쿠바로 향하는 뱃길이 약 50년 만에 열리면서 미국과 쿠바가 관계 복원의 수순을 밟고 있다.
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외국자산통제국(OFAC)은 최근 쿠바 여객선 운항 제한 조치를 해제하고 다수 사업자에게 운항 허가증을 발급했다. 미국 정부가 쿠바행 여객선 운항을 허용한 것은 약 50년 만이다.
재무부는 업체 선정 기준이나 얼마나 많은 허가증을 발급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아메리카 시핑 서비시스, 아바나 페리 파트너스, 바하 페리스 등은 언론에 허가 사실을 공개했다.
바하 페리스는 이르면 올해 9월부터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승객 1000명을 싣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쿠바 아바나까지 여객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이 업체는 현재 쿠바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바하 페리스의 법률 대리인으로 있는 로버트 뮤즈는 AP통신에 “운항 허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진지하게 추진한다는 것을 한층 더 강조하는 조짐”이라며 “우리는 이제 이론에서 실제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곧장 연간 수십만 명에 달하는 여행객이나 수억 달러의 물류가 뱃길로 쿠바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쿠바와 함께 풀어야 할 다른 규제도 남아 있다. 쿠바 정부는 아직 미국의 운항 허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국교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했다. 미국은 이미 쿠바와의 무역·금융거래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여행 자유화 확대 조치를 취했다. 양국은 조만간 상대국에 대사관
이런 가운데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0일 바티칸을 방문해 미국과의 국교정상화에 크게 기여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비공개 회담을 할 예정이다. 카스트로 의장의 방문은 오는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쿠바를 방문하기에 앞서 이뤄지는 것이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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