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열리는 가운데 환경을 비롯한 이슈에서 민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일부 '선구자'들이 환경, 식품안전 등 민생 이슈를 주도하며 정치 이슈 중심의 양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CCTV 전 앵커 차이징(39)이다. 지난달 28일 그녀는 스모그의 위험을 다룬 다큐멘터리 '충딩즈샤'(穹頂之下ㆍ돔 지붕 아래서)'를 인터넷 포탈에 공개했고 1주일간 약 2억명이 이 다큐를 시청했다. 차이징은 이 다큐에서 환경보호 의무를 저버린 거대 국유기업을 고발하고, 피해자인 윈난성 소재 '폐암마을'을 통해 스모그의 폐해를 드러냈다. 다큐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스모그에 민감한 '젊은 엄마'들이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스모그 해악을 걱정하는 어머니회'를 인터넷에서 조직했고 실제로 산시•장시•광둥 등지에서 반대시위를 벌이다 공안에 검거되기도 했다. 가장 보안이 민감한 시기라는 '양회'에 시위가 열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정부는 현재 인터넷에서 스모그 다큐를 보는 것을 차단한 상태다.
중국의 또 다른 치부인 식품안전 분야에선 여대생의 보고서가 당국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칭화대 대학원생 천차오링은 지난 10일 식품안전 사건들의 진상을 직접 취재한 '식품안전파일'을 출간했다. 천차오링이 친구들과 함께 식품안전문제를 일으킨 기업 100여곳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인터넷으로 조사해 사건의 진상을 추가로 파헤치고 불법첨가제 등의 위해성과 피해사례를 소개해 반향을 일으켰다.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앞다퉈 책을 사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현재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천차오링의 뉴스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정치행사인 양회 기간 민간인 스타로 부상한 차이징과 천차오링의 공통점은 자비를 들여 문제를 파헤치고 공론화했다는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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