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수장, 넴초프 '샤를리 에브도 옹호'로 인한 피살 가능성 제기
6번째 용의자, 체포과정서 자살…넴초프 지인 "진짜 배후 밝혀야"
러시아 당국이 최근 피살된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55) 살해 용의자 5명을 8일(현지시간) 구속하고 이 중 2명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용의자 5명은 모두 체첸계로 이 가운데 자우르 다다예프와 안조르 쿠바셰프가 살인죄로 기소됐고 공범으로 지목된 나머지 3명은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다다예프는 범행 사실을 자백했으나 나머지 용의자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스크바 바스만니 법원의 나탈리아 무슈니코바 판사는 "자백 외에도 다른 증거를 통해 다다예프가 범행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증거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넴초프가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옹호 발언으로 살해됐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정부 수장은 다다예프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샤를리 에브도 풍자만화에 충격을 받은 독실한 무슬림이라고 밝혀 이 문제가 범행 동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했습니다.
카디로프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자우르를 아는 사람은 모두 그가 신앙심이 깊으며, 다른 무슬림처럼 샤를리 에브도의 행위와 풍자만화 출간을 옹호하는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크렘린에 충성하는 친러시아 성향의 카디로프는 또 다다예프가 체첸공화국에서 경찰관으로 일할 당시 용맹한 행동으로 여러 훈장을 받은 "러시아의 진정한 애국자"라고 소개했으나 경찰을 그만둔 이유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넴초프는 지난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발생 이후 이 잡지가 실어온 무함마드 풍자 만화를 옹호했으며, 수사당국은 이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넴초프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조사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구속된 용의자 외에 여섯번째 용의자를 7일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체포하려 했으나 경찰과의 대치 과정에서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용의자는 접근해오는 경찰을 향해 수류탄 한 개를 던진 뒤 다른 하나로 자폭했다고 인테르팍스는 전했습니다.
이날 용의자 5명이 손이 묶인 채 법원으로 끌려들어가는 모습 등 영장실질심사 과정은 러시아 관영 언론들의 집중 취재 대상이 됐습니다.
당국도 넴초프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를 보이는 차원에서 이를 공개한
넴초프의 지인들은 그러나 수사당국이 넴초프에게 직접 총을 쏜 사람뿐만 아니라 범행을 지시한 진짜 배후세력을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푸틴 정권 관련 폭로 기사를 쓰다 2006년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기자 안나 폴릿콥스카야 사건 때도 체첸 출신이 살인범으로 지목됐으나 범행을 지시한 세력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