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 실태를 담은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이 공개한 이 보고서는 지난 2001년 9·11 사태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에게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가 테러 용의자를 조사하면서 적용한 이른바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은 성고문 위협과 물고문 등 CIA가 일반 국민이나 의회에 설명해온 것보다 훨씬 더 야만적이고 잔혹했지만 테러 위협을 막을 정보를 제대로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CIA와 많은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매우 효과적이고 다수의 테러 음모를 분쇄했다면서 여론과 의회를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가혹행위 사례로 수주 간 잠을 재우지 않거나 벽에 세워놓고 구타하거나 조그만 상자에 가두거나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오랫동안 독방에 수용하거나, 심지어 성고문 위협 및 물고문을 가하는 수법 등이 거론됐다.
또 용의자를 공포에 몰아넣기 위해 '러시안룰렛'(총알을 한 발만 넣고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는 것)과 전동 드릴 등도 동원했다. 한 구금자는 수용소 바닥에 발이 체인으로 묶인 상태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보고서 공개를 환영하고 고문 금지를 약속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CIA의 가혹한 심문 기법은 미국과 미국민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그게 내가 취임하자마자 고문을 금지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보고서 공개가 테러 집단이나 극단주의자 등에 의한 보복 공격 등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고 보고
CIA 고문보고서 공개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CIA 고문보고서 공개, 잔인하다" "CIA 고문보고서 공개, 끔찍하다" "CIA 고문보고서 공개, 이런 일이 아직도 벌어지다니" 등의 반응을 보였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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