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비공식 회동에서 "우리는 (중미) 신형대국관계를 (더는) 개념 위에만 머무르게 할 수 없다"며 신형대국관계 구체화를 강하게 요청했다.
12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밤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만찬을 겸한 비공식 회동을 하고 신형대국관계는 양측 노력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조기에 거둔 성과에만 만족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중이 중미 간 신형대국관계 건설 추진에 중요한 계기"라면서 "일이 있으면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고 의견을 교환할 때에야 비로소 상호 이해와 서로 간의 신뢰가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 속에는 앞으로 양국이 신형대국관계 구축과 관련해 구체적인 외교·안보 현안 등을 테이블에 올려 논의를 한층 심화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신형대국관계 건설에 합의한 바 있지만, 양국이 받아들이는 신형대국관계의 의미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중국은 신형대국관계 구축을 통해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패권적 지위를 확보하려고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기존 패권질서에 도전하지 않는 선에서 '전략적 협력'과 '선의의 경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시 주석은 또 "우리는 전략적 고도(높이)와 장기적 각도(방향)에서 출발해 물방울이 모여 연못이 되고, 흙이 쌓여 산을 이루는 정신을 갖고 중미간 신형대국관계를 부단히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은 국가상황과 역사, 문화, 발전의 길, 발전 단계가 달라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취동화이(聚同化異. 같은 것은 취하고 다른 것은 화해한다), '화이부동'(和而不同, 남과 사이 좋게 지내되 무턱대고 좇지는 아니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양국이 일부 갈등과 이견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이것이 양국 관계의 주류는 아니다"라면서 "양국 정부가 '안정제'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갈등과 이견을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의 이런 요청에 "미국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지지한다"면서 "중국을 억제하거나 봉쇄할 의도가 없다. 그것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비공식 회동은 약 5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양국 정상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짙은 색 코트 차림으로 통역 각 1명씩만을 대동한 채 산책하며 누각과 정자, 조명 등을 감상했다.
양국 정상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정세와 에볼라 바이러스 문제,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테러리즘에 대한 공동대응, 기후변화 대응 등 광범위한 국제적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공식 정상회담도 개최했다.
오전 9시(현지시간)께 열린 공식 환영식이 끝난 직후 시작된 정상회의는 오전 10시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두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 전날 폐막한 제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놓고 다시 한번 현격한 견해차를 드러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FTAAP는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항하기 위한 경제협력 구상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전개되는 양국 간 군사적 갈등과 관련해서는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지 위
이와 관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 양국이 군사훈련을 비롯한 대규모 활동에 대한 사전 통보체계 구축, 양국 군대의 해상 조우 시 행동수칙 마련 등에 합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