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장악한 친(親) 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2일(현지시간) 자체 정부 수장과 의회 의원 선출을 위한 선거를 마무리했다.
선거 종료로 반군의 독립 움직임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반군과 우크라이나 간 무력 충돌 재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군 편인 러시아와 서방 간 대립도 격화될 전망이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도네츠크주의 분리주의자들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이웃 '루간스크인민공화국'에선 이날 각각 오전 8시에 투표가 시작됐다.
투표는 유권자들이 저녁 늦게까지 투표소를 찾는 바람에 마감시간인 8시를 넘겨 10시에나 종료됐다.
두 공화국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가 평온하게 진행됐으며 심각한 법률 위반이나 사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투표율도 두 공화국 모두에서 60%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정부 수장 후보론 현 공화국 지도자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를 비롯한 3명이, 루간스크인민공화국 후보엔 역시 현 공화국 지도자인 이고리 플로트니츠키를 비롯한 4명이 나섰으나 이변이 없는 한 현 지도자들의 당선이 확정적이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선관위는 이날 밤 개표가 절반가량 이뤄진 가운데 자하르첸코가 70% 이상의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자하르첸코는 81.3%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나머지 2명의 후보는 9%대의 득표율을 보였다. 잠정투표 결과는 3일중 나올 예정이다.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선관위도 개표가 3분의 1가량 진행됐다면서 플로트니츠키 후보가 63%의 표를 얻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 공화국은 개표 이후 정부와 의회 구성 절차를 마치면 분리·독립 움직임을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투표 전부터 이번 선거를 불법으로 규정한 우크라이나 정부가 두 공화국의 독립 움직임을 차단하려 나설 게 분명해 양측간 대립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두 공화국의 독자 선거는 "탱크와 기관총 위협 아래서 치러진 광대극으로 우크라이나는 이 선거를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가 동부지역 평화정착을 위한 지난 9월 민스크 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이 도전에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적절한 대응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이번 선거를 헌정질서 파괴와 국가찬탈 행위로 규정, 관련자들을 형사 입건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에 대해 자하르첸코는 자신의 선거 승리를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거부한 채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선거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도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가 불법이라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입장을 지지해온 서방과 선거결과를 인정하겠다는 러시아 입장이 충돌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니아) 남동부 주민들의 의지 표현을 존중한다"며 선거를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엔 웹사이트에 따르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선거는 우크라이나 헌법위반으로 민스크 합의를 심각히 훼손할 것으로 우려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