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미국 경제 회복지속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미국 소비자들이 생각만큼 지갑을 활짝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월 소매 판매가 전월과 비교해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았다고 발표했다. 전월대비 소매판매 증가율이 0%에 그친 것은 지난 6개월래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월에 비해 0.2% 증가할것이라는 시장 기대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실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횡보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다소 의외다. 7월말 현재 지난 2006년 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월간 일자리 창출규모가 20만건을 넘어서는 등 고용시장이 큰폭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규 고용이 늘어나면 그만큼 더 많은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꿰차면서 가계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고 소비가 증가하는게 정상이다. 이같은 기대와 달리 지난달 소매판매가 주춤했던 배경과 관련, 시장은 고용은 늘어나고 있지만 임금상승률이 미미한데서 찾고 있다. 지난 7월 시간당 임금은 1년전에 비해 2%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수년간 이어져온 미약한 임금상승 악순환 고리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컨설팅회사 MFR의 조슈아 샤피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의 소비를 한단계 끌어올리려면 먼저 임금이 올라야 한다"고 진단했다. 자넷 옐런 연준의장도 몇차례에 걸쳐 "임금상승에 가속도가 붙지 않을 경우, 가계소비 하방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점이 걱정스럽다"며 가계소비 확대를 위해 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또 2분기에 미국 가계소비가 확 늘어난 점이 오히려 3분기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분기에 날씨가 좋지 않아 소비.구매를 미뤘던 소비자들이 2분기에 소비를 확 늘리면서 미국 경제는 2분기에 4% 깜짝 성장을 한바 있다. 이처럼 지난 2분기에 봇물 터지듯 소비가 한꺼번에 쏠린데 따른 역효과로 3분기 가계소비가 다소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이라크.이스라엘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요인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점도 가계가 조심스런 구매행보를 보인 또 다른 이유로 지목됐다. 실망스런 7월 소매판매 수치로 인해 3분기이후 미국경제를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계지출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가계소비가 게걸음을 지속할 경우, 강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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