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라크전 종전 이후 2년 7개월 만에 이라크 군사 개입을 전격적으로 결정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이라크 종전을 내걸어 당선되고서 2011년 12월 이라크전 종결을 공식 선언한 이후 이라크 정부의 거듭되는 요청에도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군사 개입을 꺼려왔습니다.
특히 두 달 전인 지난 6월 초 이라크에서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가 수도 바그다드로 진격하며 이라크가 내전 사태로 치달았을 때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공습 결정을 미루며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이라크에서 약 3년 만에 다시 공습을 재개하도록 한 직접적인 신호는 바로 '제노사이드'(대량학살범죄)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외교 소식통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요인들이 앞서 군사작전 승인 방침을 밝히면서 제노사이드라는 단어를 잇따라 사용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오후 낸 성명에서 이라크의 소수종파 야지디족이 극단주의 반군 '이슬람국가'(IS)에 의해 북부 산악지대에 고립된 점을 거론하며 "제노사이드에 해당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학살 행위를 피하도록 돕는 일을 외면할 수 없다"며 "잠재적인 제노사이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야지디인과 기독교 소수자 등 무고한 이들에 대한 IS의 지속적인 테러 행위와 대상이 정해진 폭력 행위는 제노사이드에 대한 모든 경고 신호와 특징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P통신도 8일 오바마의 공습 결정 배경을 짚은 분석기사에서 지난 6일이 '티핑 포인트'(균형을 잃고 극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순간)가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IS가 이라크 최대 댐인 모술 댐까지 장악하게 된 상황에 더해 이라크 북부의 소수종파 야지디족이 IS의 살해 협박을 받고 신자르산에 피신하면서 아사 위기에까지 놓였다는 보고가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공습 승인 사실이 발표되기 전 7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90분간 열린 회의에서도 이라크에서의 집단 처형과 여성 노예화, 소수종파 아사 위기 등에 대한 보고가 쏟아졌으며 이 자리에서 '제노사이드'에 대한 언급도 처음 나왔다고 AP는 전했습니다.
한 고위 관리는 AP에 "백악관 상황실 회의에서 제노사이드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을 이전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 내용을 언급하면서 "미국인과 미국의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IS의 특정 집단에 대한 말살 위협 같은 제노사이드 행위를 막는 일 또한 미국의 핵심 이익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리는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시급한 인도주의적 과제가 미국의 이익에 점점 더 잠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