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가 미국의 경제제재를 무시하고 이란, 수단, 쿠바 등과 대규모 금융거래를 한 혐의로 미국 정부에 89억달러(약 9조76억원)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했다.
파이내셜타임스(FT)와 AFP통신 등 외신들은 BNP파리바가 30일(현지시간) 불법 금융거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미 법무부와 뉴욕주 검찰, 금융감독청 등 관련 당국과 이같이 최종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로 BNP파리바는 뉴욕주 은행 영업권 취소 조치는 면했지만 뉴욕지사를 통한 원유 및 가스 관련 달러화 청산 업무는 내년 1월1일부터 1년간 정지된다.
BNP파리바는 또 금융감독청의 요구에 따라 이미 퇴임 계획이 알려진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13명의 임원을 해고조치하고 가담 정도가 낮은 다른 32명의 임직원에 대해서는 감봉, 강등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이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BNP파리바가 금지된 거래와 그증거를 은폐하고 미 당국을 기만했다"면서 "BNP파리바의 제재 위반 행위는 테러리즘과 인권침해 관련 국가들을 지원하는 결과를 야기했으며 많은 경우 미국의 국가안보를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뉴욕주 금융감독청의 벤저민 로스키 국장도 성명을 통해 "BNP파리바의 직원들이다수의 고위 임원들이 알고 있는 가운데 테러리즘과 대량학살에 관련된 국가들에 돈을 불법으로 송금하는 오랜 계획에 가담했다"면서 "규제기관으로서 우리는 BNP파리바 은행을 처벌할 뿐 아니라 잘못한 직원들을 드러내 제재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뉴욕주 금융감독청에 따르면 BNP파리바의 고위급 준법감시인은 "상대방 기구들과의 관계는 역사적인 것으로 상업적 이해관계가 중요하다"면서 수단 다르푸르 사태시 수단과의 거래 지속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수단을 탈출한 인권변호사 알리 아가브는 "불법으로 취득한 오일머니는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고 자국민을 상대로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도록 한다"면서 이번 벌금 부과 소식을 환영했다.
프랑스 금융감독원(ACPR)은 이 같은 발표에 대해 BNP파리바 은행은 견실한 지불능력과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이번 벌금 부과에 따른 여파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관리들은 이번 벌금 액수가 경제제재 위반 사건과 관련해 부과한 벌금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2012년 HSBC가 미국의 제재 위반 및 마약거래 자금 세탁 등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19억 달러의 벌금을 낸 것이
앞서 미 당국은 BNP파리바가 지난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이란 등과 300억달러(약 30조5000억원)의 금융거래를 했다며 단일 은행으로는 사상 최대규모인 160억달러에 달하는 벌금 부과방안을 검토하자 프랑스 정부가 강력 반발하면서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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