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잠잠하던 인플레이션 이슈가 다시 월가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인플레이션 논란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말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돈을 풀어 주식.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양적완화조치를 시행한 이후 이를 반대하는 매파 세력들은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경고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등 석학들은 연간 물가상승률을 연준 목표치(2%)보다 더 높은 3~4%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인플레이션 유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미했다. 오히려 물가가 너무 오르지 않아 디플레이션 염려가 커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월가에서 갑작스레 인플레이션 압력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 것은 지난 5월 소비자 물가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 물가는 전년 같은달에 비해 2.1%(연율)상승했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 2012년 10월 이후 1년 7개월만에 처음으로 연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넘어서면서 강한 인플레이션 신호가 나타난점이 시장을 긴장시켰다. 이라크 사태로 대표적인 원자재인 원유값이 9개월래 최고치로 급등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들섞거리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줄곧 늑대(인플레이션)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양치기 소년이 된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이 이번에야 말라 늑대가 출연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일단 자넷 옐런 연준의장은 지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5월 물가지표가 일시적인 통계적 소음(statistical noise)때문에 왜곡된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축했다. 옐런의장이 제로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하겠다는 비둘기파적인 목소리를 높인 것은 상당기간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은 옐런의장의 인플레이션 일축 발언과 장기저금리 지속 약속에도 불구하고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무게중심을 맞추고 있다. 장기저금리 유지 발표에도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주말 2.625%로 상승, 1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3주간 0.166%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올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인 금값도 지난 18∼20일 사흘간 3.5% 상승, 지난해 10월이래 사흘기준으로 가장 큰폭으로 올랐다.
미국 최대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라이더 채권분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실제이고 경기회복세가 강화되면서 앞으로 수개월간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것"이라며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는 빠른 내년 1분기에 연준이 (인플레이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