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총리, 네덜란드서 `과거사 여론전` 펼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제 3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하면서 적극적인 과거사 여론전을 펼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과거를 진지하게 마주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외교를 진행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차대전 중 일본군에 의한 네덜란드인 포로 학대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일본은 제2차대전 당시인 지난 1944년 일본군이 네덜란드 여성 35명을 연행해 자바섬 스마랑 근교에 억류하고 위안부로 삼은 사건(일명 스마랑 사건) 등으로 인해 네덜란드와 과거사 문제를 안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대국적인 관점에서 냉정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자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네 프랑크 박물관을 방문한 아베 총리는 "과거사를 겸허한 자세로 대하고 다음 세대에 역사의 교훈과 사실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도서관에서는 세계적인 명작서로 꼽히는 '안네의 일기'가 여러차례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아베 총리는 "20세기를 되돌아보면 기본권을 침해한 세기였다"고 평가하면서 "21세기를 내다보면서 우리가 결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며 나도 이 목표를 실현하는 책임을 나눠질 것이라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이후 '역사 수정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행보는 이같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 23일 아베 총리가 출국할 무렵 아베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 특보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할 고노 담화를 대체할 새로운 담화 발표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다시금 아베정권이 '고노 담화' 흔들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아베 총리는 루터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안보이념이자 집단 자위권 행사와 연결되는 자신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설명하면서 양국이 같은 해양국가로서 "법의 지배 등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조어도(일본명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갈등 중인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편 아베 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힘을 배경으로 한 현상 변경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