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의 군비경쟁이 치열하다.
영국 군사 컨설팅업체인 IHS제인스가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한 각국의 국방예산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방비 예산 상위 10개국 중 4곳이 아시아 국가로 나타났다. 여기에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대부분 영토가 아시아에 걸쳐있는 러시아까지 합치면 5개국으로 늘어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국방예산은 315억6000만달러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군사강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국방비 지출이 매년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IHS 제인스는 오는 2024년에는 중국 국방비가 서부 유럽 국가들 국방비 전체를 합친 것에 비해서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국방비 증액은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중국의 국방비는 항공모함과 군함 등 해군 함정과 스텔스 전투기 등 항공기, 미사일 등 주로 핵심 전력 확충에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발 군비경쟁이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요 회원국들은 긴축 정책으로 국방예산을 줄이고 있어 전 세계 군비 중심축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군비 경쟁이 올해에도 지속된다는 점이다. IHS제인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국방비가 1조54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1조5380억달러에서 0.6% 증가한 것으로 전 세계 국방비가 상승한 것은 200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동북아시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과 일본, 러시아의 군비 경쟁이 전세계 국방비 지출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IHS제인스는 분석했다.
크레이그 캐프리 IHS제인스 선임 분석가는 "중국의 국방예산은 경제적.지정학적 파워가 높아지는 것에 비례하는 측면이 있지만 증가의 규모와 속도로 볼 때 역내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을 비롯해 한국과 인도, 베트남, 호주 등 다른 아.태지역 국가들의 국방예산 증가를 부추겨 중국발 군비경쟁이 역내 안보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중국은 일본과는 동중국해에서, 아세안 각국과는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으며 장비 확충에 애써왔다. 러시아로부터 사들여 개조작업 끝에 2012년 취역한 항공모함 랴오닝호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20 등은 늘어난 국방예산에 따른 산물로 분석됐다.
러시아의 국방예산 확대는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국방 우선 정책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IHS제인스는 의회가 승인한 국방예산안을 근거로 향후 3년 동안 러시아의 군사비 지출이 4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역시 중국과 북한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조기감지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4년도 정부 예산안에 적외선 센서 개발비용으로 일단 5000만엔을 반영하고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방위성과 함께 개발하도록 했다. 일본은 또 자위대 장비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5년으로 제한된 계약 기간을 5년이 넘는 장기 계약도 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도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의 대치 속에 동북아에서 군비 확장 추세가 세계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 추구하는 아시아.태평양 재균형(리밸런싱) 전략이 궁극적으로 자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강성해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비 확장에 나서고 있다고 IISS는 발표했다.
아시아의 국방비는 지난 2010년 이후 23%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인도보다 세 배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이웃국가인 한국과 일본 대만 베트남을 합친 것보다 많다. 동아시아에서는 북한의 도발 우려가 남아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의 동중국해 갈등이 국방비 지출 증가에 영향을
하지만 본격적인 군비경쟁이라고 보기에는 성급하다는 견해도 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과 달리 미국과 일본의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중국이 최근 국방예산을 많이 늘렸다고 해도 여전히 질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일본과는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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