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5년만에 MS 현업 복귀…맡은 직책이 뜻밖에

소프트웨어 거대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를 한 때 진두지위했던 빌 게이츠가 현업으로 컴백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지 5년 6개월여 만이다.
MS는 4일(현지시간) 사티아 나델라 신임 최고경영자(CEO)의 취임을 발표하면서 게이츠가 33년간 재직해 오던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창립자 겸 기술 고문'이라는 새 직책을 이사회에서 맡게 된다고 밝혔다.
게이츠의 직책은 나델라 CEO를 보좌해 기술과 제품 개발 분야를 조언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회사 경영에서 오히려 한발 더 물러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일반 이사가 됐다는 점에서 직급이 낮아졌기 때문.
그러나 그가 공식 직함을 갖고 나델라 CEO를 비롯한 회사 집행부와 상시 접촉하면서 일을 하게 된다는 점은 오히려 '현업 복귀'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를 증명하듯 회사 측도 게이츠의 역할 변화를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선 것'이라고 표현했다.
게이츠는 나델라의 요청에 따라 MS에서 일하는 시간을 늘리기로 하고 여유 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MS에 할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집행이나 재무 등 행정적인 역할은 전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는 2008년 6월부터 이번 인사가 날 때까지는 MS에서 이사회 의장직만 유지하면서 게이츠 재단의 일에 사실상 전념해 왔다.
게이츠의 이번 복귀는 나델라 CEO가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바람막이' 역할을 하려는 의미도 있을 것 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회사 초기 멤버이면서 개인 대주주였던 발머 전 CEO에 비하면 나델라 CEO의 입지가 약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의 비전을 수립하는데 있어 게이츠와 나델라가 의견 충돌이 있거나 또는 게이츠의 영향력에 눌려 나델라가 소신있게 경영을 못할 경우 회사에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매경닷컴 이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