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 흑인 소년의 억울한 죽음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소년이 수상해 보인다며 쫓아가서 총으로 쏜 방범대원의 행위를 경찰이 '정당방위'로 인정해 체포조차 하지 않은 겁니다.
박문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달 26일, 17살의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은 아버지의 약혼자를 만나러 가던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가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소년을 쏜 사람은 플로리다주 샌포드 지역의 자율방범대원인 조지 짐머만.
짐머만은 소년이 수상해 보여 뒤를 쫓다가 그로부터 공격을 당했고, 생명에 위협을 느껴 총을 쐈다고 주장했습니다.
▶ 인터뷰 : 마틴(숨진 소년) 가족 측 변호사
- "짐머만은 마틴이 어린 흑인이고, 후드 티를 입어 수상해 보였으며 나쁜 짓을 하는 걸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을 접수한 샌포드 경찰은 총격을 정당방위로 인정해 짐머만을 체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년이 숨질 당시 아무런 흉기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경찰이 히스패닉계인 짐머만을 백인이라고 묘사하면서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졌습니다.
파문이 커지자 샌포드 경찰서장은 정확한 수사를 돕고자 서장 자리에서 잠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마틴의 가족은 서장의 사임을 요구했고, 플로리다를 비롯한 미국 곳곳에서 짐머만의 체포와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 인터뷰 : 트레이시 마틴 / 마틴의 아버지
- "서장의 임시 직위해제는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짐머만을 체포해 살인죄로 처벌하길 원합니다."
무고한 흑인 소년의 죽음을 계기로, 정당방위를 폭넓게 규정한 플로리다주의 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문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