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 170만 명을 학살한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30여 년만에 재판정에 섰습니다.
캄보디아 국민들은 반인권 범죄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의지입니다.
이정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우리에게는 영화 '킬링필드'를 통해 잘 알려진,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의 대학살.
집권 기간인 1975년부터 1979년까지 국민 170만 명을 살해했습니다.
농민 천국을 건설하겠다며 지식인을 비롯한 시민들을 고문하고 죽인 '반이성의 시대'를 주도한 4인방이 30여년 만에 재판정에 섰습니다.
누온 체아 공산당 전 부서기장,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 렝사리 전 외무장관, 렝티리트 전 내무장관.
대학살과 반인륜 범죄, 전쟁 범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들은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자신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거나 재판 자체가 음모라는 식입니다.
▶ 인터뷰 : 누온 체아 / 공산당 전 부서기장
- "난 이번 재판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재판은 주말쯤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피고인들의 완전한 증언은 8월에나 나올 것으로 재판소 측은 전망했습니다.
희생자의 가족들은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각오입니다.
▶ 인터뷰 : 척 폰 / 희생자 가족
-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주도한 네 사람이 재판정에 선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재판은 20세기 최악의 학살 사건 가운데 하나를 규명한다는 점에서 나치 전범을 법정에 세운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 가장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 집권 중인 훈센 총리는 국론이 분열된다며 재판의 확대를 막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킬링필드'의 역사적 단죄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번질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이정호입니다. [ ice@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