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퇴진 압력에도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혔습니다.
시위는 잔학한 유혈 진압 속에서도 더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윤호진 기자입니다.
【 기자 】
베네수엘라 망명설을 부인하며 모습을 드러냈던 카다피가 불과 수 시간 만에 다시 TV 앞에 섰습니다.
비장한 표정으로 트리폴리 관저 앞에 선 카다피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퇴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 인터뷰 : 무아마르 카다피 / 리비아 국가원수
- "나는 내 선조를 욕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 할아버지의 무덤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곁에서 순교자로 죽을 것입니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는 시위대와 끝까지 싸워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시위대를 쥐에 비유하며 강경 진압에 대한 의지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카다피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동부 지역이 시위대의 손에 넘어갔고, 수도 트리폴리에서의 통제력도 점차 잃고 있습니다.
카다피에 반기를 드는 고위 공무원들의 이탈도 계속되면서 미국 주재 대사까지 등을 돌렸습니다.
▶ 인터뷰 : 아드잘리 / 미국 주재 리비아 대사
- "더는 카다피 독재정권을 위해 일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리비아 국민의 목소리가 세계를 움직이고, 민주화를 이룰 때까지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27살의 젊은 혁명가였던 카다피.
42년간의 독재 끝에 그의 눈과 귀는 이제 현실을 직시하지 못 할 만큼 어두워졌습니다.
MBN뉴스 윤호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