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외신들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놨던 터라 실망감은 더 컸습니다.
윤호진 기자입니다.
【 기자 】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타흐리르 광장을 17일째 지킨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대.
독재자를 향한 항거의 목소리는 일순간 기쁨의 환호로 바뀌었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곧 퇴진을 발표할 것이란 소식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현장음>
수십만 명이 모인 광장엔 더 많은 사람이 속속 집결하면서 축제 분위기가 고조됐습니다.
때마침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란 이집트 군부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는 목적을 달성하고 대미를 장식하는 듯했습니다.
▶ 인터뷰 : 이집트 군부 대변인
- "군 최고위원회는 국가를 지키고, 이집트 국민의 열망을 지키기 위한 행동과 조치가 무엇인지 강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면 최측근인 술레이만 부통령이나 군부가 권력을 이양받을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위대엔 불안감이 드리웠습니다.
(시민 주도, 시민 주도!)
외신의 보도도 '사퇴 임박설'과 '정권 유임설' 사이에 갈팡질팡하면서 혼란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무바라크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이 시작된 밤 10시 30분.
기대와는 달리 퇴진 거부 발표가 나왔습니다.
30년 독재의 끝을 보려던 시민들의 기대는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곧 분노가 극에 달했습니다.
(물러나라! 물러나라! 물러나라!)
내일은 무바라크의 퇴진을 촉구하는 100만인 항의시위가 다시 열릴 예정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시위 열기로 이집트 정국이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윤호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