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발 직후인 2020년 3월 홍콩H지수발 ELS 마진콜 사태로 원화값이 급락하고 채권 시장이 마비됐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ELS발 마진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26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홍콩H지수 급락에 따른 ELS 시장발 채권·외환 시장 교란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H지수발 ELS 마진콜 사태를 겪었던 학습 효과를 바탕으로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H지수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로 홍콩증시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와는 다르다.
홍콩H지수는 올해 6월 장중 7917.12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 세계 증시가 하락하는 가운데 이달 22일 폐막한 중국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체제가 굳건해지며 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홍콩H지수는 25일엔 장중 5025.88까지 하락했다. 넉 달간 고점 대비 하락폭은 26.3%로 코스피(7.7%)의 3배 이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홍콩H지수 연계 ELS 미상환 발행 잔액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21조1874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15조7666억원 대비 34%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홍콩H지수 급락이 ELS를 고리로 한국 채권·원화값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2020년 3월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운용하던 20조원 규모 ELS에 대해 해외 금융사들이 일제히 마진콜(추가 보증금 납부)을 요구했다. 국내 증권사는 ELS 만기 상환 수익금 지급을 위해 홍콩H지수 풋옵션(향후 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을 보는 옵션)을 팔고, H지수 주가 지수 선물을 매수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위험을 헤지했다. 풋옵션 매도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ELS 투자자들에게 배당금 지급을 약속하는 구조다.
하지만 주가 지수가 급락하면서 해당 풋옵션에서 손실이 발생하자 ELS 판매를 중개한 해외 투자은행들은 손실 이행 보증을 위해 추가로 달러를 보내라며 마진콜을 요구했다. 급히 달러가 필요했던 증권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원화 채권과 기업어음(CP)을 시장에 내다 팔아 구한 자금으로 송금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채권 급매물이 나오며 시장 금리가 급등했고, 외환 시장에서는 원화 급매물이 나오며 원화값이 급락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가뜩이나 시장에 달러가 귀하던 시절에 달러가 대량으로 빠져나가면서 원화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에 대한 외화 유동성 보유 규제를 강화하며 이 같은 사태 재발 가능성을 현저히 낮췄다"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은 2020년 ELS 마진콜 사태가 발생한 이후 관련 제도를 정비해 지난해 초부터 국내 증권사에 ELS 헤지 운용 물량 대비 20% 이상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규제한 바 있다.
ELS를 운용하는 증권사 관계자들 역시 현재까지 이 같은 금융당국 설명과 궤를 같이하는 해명을 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직후와 달리 이번에는 홍콩H지수가 3~4개월 전부터 계단식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이 같은 마진콜 이슈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며 "현재로선 마진콜 가능성 자체가 극히 낮고,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확충해뒀기 때문에 외화 조달 위험도 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화 유동성 사정이 악화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최근 예상치 못했던 레고랜드발 채권 시장 유동성 경색이 보여주듯, 시장 유동성이 충분함에도 심리적 요인으로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한 외화자금 시장 관계자는 "증권
[한우람 기자 / 김금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