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은 고금리 파킹통장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7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 금리를 대폭 인상한 A저축은행의 파킹통장에는 사흘(영업일 기준) 만에 3000억원이 몰려들었다. 하루에 1000억원씩 파킹통장으로 유입된 셈이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 때문에 최근 소비자들은 장기간 목돈이 묶이는 정기예금보다는 파킹통장을 선호한다"며 "예금 금리가 더 높아도 파킹통장으로 훨씬 많은 돈이 몰린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파킹통장을 처음 출시한 SBI저축은행의 파킹통장에는 7일 기준 약 110만명이 가입해 있다. 올해 들어 파킹통장 시장에 본격 뛰어든 OK저축은행도 올해에만 파킹통장 신규 가입이 7800개를 돌파했고, 현재 하루 평균 300개가 신규로 개설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4일 기준 파킹통장의 신규 개설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약 20%, 전월 대비 약 17% 늘었다.
대형 저축은행들은 경쟁적으로 파킹통장 금리를 인상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 파킹통장 중 현재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OK저축은행의 'OK비대면보통예금'이다. 이 상품은 별도 우대금리 조건 없이 예치금 1억원까지 연 3.3%의 금리를 제공한다. 1억원 초과분에 대해 연 0.1%의 금리가 책정된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파킹통장인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은 1억원까지 연 3.2%의 금리를 책정하고, 1억원 초과분에는 연 0.2% 이자를 지급한다. 웰컴저축은행 파킹통장인 'WELCOME 직장인사랑 보통예금'의 기본금리는 연 2%지만 △100만원 이상 급여이체 실적 △자동이체 1건 이상 △마케팅 수신 동의 등 3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3.5%를 제공한다. 최고금리는 예치금 중 5000만원까지만 적용되고, 초과분에 대해선 기본금리가 제공된다. 다만 기본금리 적용 구간에는 예치금 한도가 없어 10억원을 예치하더라도 연 2% 금리가 매일 정산된다. 웰컴저축은행 측은 "지난 1년 동안 파킹통장 개설률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파킹통장도 고금리를 제공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5일 '플러스박스'의 금리를 인상해 3억원까지 연 2.5%를 제공한다. 케이뱅크 측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플러스박스' 금리가 기존보다 연 0.2%포인트 올라 연 2.3%가 된 직후 2주간 신규 가입 건수가 이전 대비 2.5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토스뱅크는 기본통장 자체가 파킹통장이며, 1억원까지 연 2.3%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복리로 이자를 계산하는 파킹통장도 있어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SBI저축은행은 파킹통장 이자를 한 달에 한 번 지급하지만 이자 계산은 일복리로 시행하고 있다. 이자를 계산할 때 전날까지의 잔액과 이자를 합친 것을 그날의 원금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단리의 경우 전날까지 책정된 이자는 다음날 이자 계산에서 원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복리로 이자가 계산될 경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자를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토스뱅크도 소비자가 앱에 접속해 '매일 이자 받기'를 누르면 그날까지 책정돼 있는 이자가 즉시 입금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재테크 장점이 쏠쏠한 고금리 파킹통장들은 주로 비대면 전용 상품으로, 스마트폰 앱으로만 개설할 수 있다는 걸림돌도 있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가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 파킹통장은 최고금리가 적용되는 예치금의 한도가 정해져 있어 수억 원 규모의 거액을 예치하기에는 고금리 장점이 퇴색된다. 이자를 최대한 챙기려는 자산가 고객은 최고금리 적용 한도에 맞게 여러 금융사에 파킹통장을 개설하고 자금을 쪼개서 예치하기도 한다.
[명지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