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산가들이 분주해졌다.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등 대부분의 투자자산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세금은 물론 건강보험료 부담까지 늘어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이자나 배당 등으로 얻은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세율이 최고 49.5%까지 올라간다. 2020년 귀속분 기준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 인원은 17만8953명, 신고 금액은 49조7724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달부터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가 개편되면서 심리적 부담이 훨씬 커졌다. 합산 종합과세 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고, 직장가입자도 추가로 보험료를 내야 한다.
직장가입자는 종전 기준인 3400만원보다 훨씬 강화된 것인데, 전체 중 약 2%인 45만명이 추가 납부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세금과 건보료를 줄이려면 미리 '비과세 항아리'를 만들어 둬야 한다. 은퇴한 '이자생활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60대 오 모씨는 최근 남편과 함께 1억원씩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다음달부터 매달 35만원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오씨는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을 정기예금으로 굴려 이자로 먹고사는데, 건보료랑 세금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더라"면서 "즉시연금에 넣으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현금 흐름도 만들 겸 가입했다"고 말했다.
보험사에 목돈을 맡기고 수수료까지 내면서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비과세 혜택' 때문이다. 1인당 비과세 한도는 1억원이지만, 원금까지는 금융종합소득과세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즉시연금 거치식으로 3억원을 넣고 매달 105만원을 받는다면 내가 받는 총금액이 3억원을 넘지 않을 때까지는 '원금'으로 봐서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한도를 무리하게 설정해 가입하기보다 가용금액 3분의 1 수준으로 설정할 것을 권한다.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물론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숙희 미래에셋생명 선임매니저는 "목돈을 예치하는 거치식은 계약금액의 2배, 적립식은 월 납입보험료(계약금액)의 두 배까지 추가 납입을 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총 금액을 늘리거나 수수료를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특히 변액상품은 요즘처럼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 추가 납입을 활용하면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추천했다.
적립식 상품도 추가 납입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연봉 5000만원인 40세 남성 직장인이 월 30만원을 노후자금으로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할때 20년을 납입하면 65세 연금 개시 기준 매달 35만원 이상을 수령할 수 있다. 이 상품에도 월 보험료의 두 배까지 추가 납입을 할 수 있으므로, 첫 계약금액은 추가 납입을 염두에 두고 적게 설정하는 것이 고객에게 유리하다.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연금보험'과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보험'이 다른 상품이라는 점도 기억하자. 보험사에서 흔히 가입하는 일반 연금보험은 세액공제가 아닌 '비과세'를 목적으로 둬야 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연금이고 보험이라는 상품명 때문에 헷갈려 하는 고객이 많은데 가입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보험보다 펀드 상품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가 되는 상품 중에서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연금저축의 차이점도 알아두면 좋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IRP는 법에서 정한 제한적인 사유로만 중도 인출이 가능하지만 연금저축은 제약 없이 중도 인출할 수 있다. IRP 중도 인출 사유로는 6개월 이상의 요양 의료비, 개인회생·파산,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전세보증금 등이 있다. 통상 연금계좌에서 중도 인출할 때에는 기존에 세액공제 받은 금액을 토해내야 한다. 세액공제를 받은 자기부담금과 운용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세(16.5%)가 부과되는데 '부득이한 인출'은 저율의 연금소득세(3.3~5.5%)를 적용받는다.
현재 연금저축(보험·펀드)은 매년 400만원까지 납입금액에 대해 13.2%(총 급여 5500만원 이하 기준)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종합소득금액이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의 공제율은 16.5%다. 이렇게 세액공제를 받은 대신, 나중에 연금을 받을 때 공제받은 금액만큼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 만 69세 이하는 5.5%, 만 79세 이하는 4.4%, 만 80세 이상은 3.3%(지방소득세 포함)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초과 금액은 연금으로 수령할 때에도 과세되지 않는다.
정부는 내년부터 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해줄 방침이다. 지난 7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연금저축 한도는 600만원, 퇴직연금까지 합한 총 한도는 900만원으로 늘어난다.
개편안에 따르면 1주택 보유 고령 가구(부부 중 한 명이 60세 이상)가 주택을 더 낮은 가격으로 '다운사이징'하면 그로 인해 발생한 현금흐름 중 최대 1억원까지 연금계좌에 추가로 납입할 수 있다. 이렇게 연금계좌에 추가 납입한 금액으로 운용해 생긴 수익금은
연금 수령 시 과세 방법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연금소득이 연간 1200만원을 넘으면 무조건 종합과세했지만, 내년부터는 1200만원 이상 연금을 받을 때에도 종합과세와 16.5% 분리과세 중 수령자가 유리한 과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신찬옥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