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 밖으로 높게 나오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채권 투자 역시 당분간 관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4일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5개월여간 주식과 채권 사이의 상관관계는 점점 높아져 0.3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선진국 주식시장에 전반적으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MSCI ACWI ETF(ACWI)' 주가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92.63달러에서 13일 85.3달러로 8%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24개 선진국 투자등급 회사채 가격을 보여주는 '블룸버그 글로벌 애그리게이트 토털 리턴 인덱스' 역시 466.79달러에서 442.13달러로 5.3% 하락했다. 원래라면 음의 관계를 보여야 할 두 자산이 함께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긴축으로 인해 위험자산, 안전자산 할 것 없이 모든 자산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1세기 금융시장에서 2022년은 역사적인 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1988년 글로벌 주가지수 및 1990년 글로벌 채권지수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주식과 채권 모두 10% 이상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수준으로 높아진 금리와, 주식과의 자산 배분 효과를 고려해 채권 비중을 늘린 투자자들도 가치 평가 하락에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 채권 순매수 규모는 12조4887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3조6710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최근 한 달 동안 개인투자자의 장외 채권시장 순매수 금액(2조9413억원)은 전년 동기(1814억원) 대비 16배가량 급증했다. 8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의 채권 ETF 순매수액도 450억원으로 올해 최고치였던 3월(251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 불황에 따른 채권 투자 선호 증가세에 하반기 금리 하향 안정화 기대감이 겹쳤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9월에는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주식은 물론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도도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14일 하우스뷰(증권사의 시장에 대한 전망)를 변경하며 주식 비중을 '중립'에서 '축소'로, 채권 비중도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손실은 아직 '평가손실'일 뿐이며 여전히 금리 수준은 매력적이기 때문에 비중을 높여도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현 KB증권 채권상품부 이사는 "
채권 포트폴리오 내에서는 국내 장기 국채 비중을 늘리는 편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장기물은 단기물에 비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더 일찍 반영해 피크아웃이 더 빨리 찾아오기 때문이다.
[강인선 기자 / 김제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