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연합뉴스] |
현재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주식을 각각 20.69%, 19.95% 보유하고 있다. 두 기관이 들고 있는 HMM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두 기관 지분율은 70%를 훌쩍 넘게 된다. - 2022년 8월 11일 매일경제
CB, EB, BW. 마치 센터포워드(CF), 레프트윙(LW), 라이트윙(RW)처럼 축구 포지션을 나타내는 말 같기도 하지만 증권기사에 자주 쓰이는 용어입니다. CB(Convertible Bond)는 전환사채, EB(Exchangeable Bond)는 교환사채, BW(Bond with Warrant)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뜻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이들은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채권이고 이들을 묶어서 메자닌이라고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실 듯 합니다.
이번에는 이들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각각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주주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메자닌이란 말부터 봅시다. 메자닌은 이탈리아어로,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투자상품을 건축에 빗댄 것이죠. 즉 CB, BW, EB는 주식으로 전환도 가능한 채권입니다.
발행 시점에서는 분명 채권인데, 향후에는 투자자의 결정에 따라 만기 때까지 채권으로 남을 수도 있고 주식으로 전환될 수도 있습니다. 채권으로 보유한다면 일정 기간 따박따박 나오는 이자를 받고 만기 때 원금을 되돌려받게 됩니다. 또 그 회사의 주가가 상승했다면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받아 시장에서 매도해 시세 차익을 볼 수도 있습니다.
CB, EB, BW가 기본적으로는 이같은 성격은 동일합니다. 이 셋 중에서도 CB의 발행량이 압도적입니다. 올 상반기 발행액을 보면 CB가 2조2527억원, EB가 2996억원, BW가 1745억원이었습니다.
실제로 CB를 발행한 사례를 보겠습니다. 지난달 한 코스피 상장사가 4000억원 어치의 CB를 발행했습니다. 발행 조건을 보면 만기는 30년 후인 2052년입니다. 금리는 0.5%인데 5년 후인 2027년부터는 3.0%가 되고 이후 1년이 지날 때마다 금리가 0.5%포인트씩 오르는 독특한 방식입니다.
이 회사의 CB를 사면 채권 원금을 주당 2만2000원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추가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회사 CB 220만원어치를 주식 100주로 바꿔주는 것입니다. 자연히 채권은 소멸하게 됩니다.
이 회사의 입장에서는 CB가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 2020년 3900억원, 지난해 2400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채를 발행했다면 0.5%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또 이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부채가 감소하고 자본이 증가해 재무구조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채권을 찍어 돈을 빌렸는데 그 돈을 안 갚아도 되는 것이죠.
CB 투자자에게도 꽃놀이패입니다. 회사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분기마다 꼬박꼬박 이자가 나오고 만기가 되면 원금을 회수하면 됩니다. 만약 회사 사업이 잘 돼 주가가 크게 올랐다면 주식으로 바꾼 뒤 매도하면 됩니다. 더군다나 CB는 전환가액을 조정해줍니다. 이를 리픽싱이라고 합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액도 낮춰주는 것입니다. 리픽싱이 최근에 문제가 되다보니 금융당국에서 최초의 전환가액에서 최대 70% 이상 깎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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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신주인수권부사채)는 말 그대로 '신주인수권'이 '부'여된 회'사채'입니다. BW를 발행할 때 약속했던 금액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채권에 붙어 있는 것입니다. 주식을 매입할 때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하고 주식을 받더라도 채권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에서 CB와 다릅니다.
EB(교환사채)는 CB와 거의 동일하지만 교환 대상이 되는 주식이 자기 회사 주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즉 A라는 회사가 CB를 발행하면 나중에 A회사 주식을 바꿔줍니다. 하지만 A회사가 채권을 자회사 B회사의 주식으로 바꿔주겠다고 하면 EB가 되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투자한 종목이 CB나 BW, EB를 찍는다고 하면 주가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대체로 악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회사의 신뢰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회사 상황이 어려워 은행 대출도 어렵고 일반적인 회사채를 찍기도 쉽지 않은 상장사들이 주로 선택하는 자금조달 방법이 CB입니다.
특히 현재 주가가 액면가보다 낮아 유상증자도 쉽지 않은 기업들이라면 CB 말고는 거액의 자금을 유치할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실적이 우량한 기업, 시가총액이 큰 기업들은 CB를 거의 찍지 않습니다. 어떤 회사가 CB를 찍는다고 하면 시장에서는 이 회사의 자금 사정이 많이 힘들다고 받아들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의 메자닌 투자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은 편입니다. 메자닌 채권을 두고 '장난질'을 많이 쳤기 때문인데요. CB를 헐값에 발행해서 2세들의 지배력 확대에 쓰거나, 회사의 오너가 BW의 신주인수권만 되사들여 지분율을 높이는 편법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CB, BW, EB는 사모 방식으로 발행합니다. 즉 자금 여력이 있는 경영진의 지인이나 소수의 큰손 투자자들을 상대로 알음알음 발행합니다. 정식으로 공시를 띄워서 기존 주주나 일반 투자자를 모집하는, 공모 방식의 메자닌 채권은 매우 드뭅니다.
그런데 CB, BW, EB는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이들 메자닌 채권을 산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전환하면 유통주식수가 늘어서 희석효과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를 오버행(잠재 과잉 물량)이라고 하는데요. 과거에 발행한 CB의 주식 전환가능 기간이 되면 대체로 상장사들의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이 때문입니다. 기존 주주가 참여할 기회는 막아놓고 그 손실은 기존 주주가 지게 되는 것이죠.
주가가 오르면 주식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주가엔 부담이겠죠. 그렇다면 주가가 하락하면 아무 일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리픽싱 때문에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전환가액을 낮춰주면 전환 주식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전환 가격이 2만2000원인 CB가 주가 하락을 이유로 전환가격을 2만원으로 낮춰줬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220만원어치를 산 투자자는 원래 100주를 받을 수 있었는데 리픽싱 덕분에 전환주식이 110주로 늘게 됩니다. 향후에 주가가 오르게 되면 오버행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됩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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