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관세청은 기업 마이데이터를 통해 '사전송금' 방식으로 이뤄진 무역거래의 통관자료를 금융권과 공유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사전송금은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수입하는 물품이 실제로 국내에 들어오기에 앞서 관련 비용을 먼저 지불하는 거래 방식이다. 물품이 반입된 후라면 관세청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기록을 활용할 수 있지만, 사전송금은 송금 시점까지 업체 간 계약 외에는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 현재 은행들은 업체가 작성한 송장(인보이스)만 받고 송금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외국환거래법과 시행령에는 사전송금 방식이라고 해서 검사를 완화해도 된다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들이 송장만 받고 송금을 시행하는 근거는 은행들의 자율규제 규정인 은행연합회 '외국환거래 업무 취급지침'이다. 지침상 기타송금에 해당하는 사전송금은 '송금 방식 수입대금 지급의 경우 수입계약서 또는 수입신고필증 등'으로 지급 사유와 금액을 입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은행권에서는 사전송금 방식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걸러낼 방법이 전무하다고 주장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민간 기관인 은행이 송장의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도 없고, 심사를 까다롭게 한 탓에 무역대금 지급이 늦어져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사전송금 방식을 통해 8조원대 자금이 해외로 유출된 상태다. 자금 대부분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거쳐 은행에서 해외송금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것을 활용해 차액을 남기는 방식)으로 벌어들인 돈을 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가 불분명한 자본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수익을 거둔 뒤 정상적인 무역거래로 위장해 해외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상 해외송금은 우리은행에서 처음 발견된 뒤 전 금융권으로 조사 범위가 확대됐으며, 현재는 검찰과 국정원까지 동원되며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덩달아 사전송금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관세청은 사전송금 거래 방식을 택한 수입 물품이 추후 실제로 국내에 반입될 때 관련 정보를 기업 마이데이터로 금융권과 자동 공유해 대조해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세청의 기업 마이데이터는 본래 기업들이 무역금융을 지원받기 위해 관세청 서류를 발급받아 은행에 제출하는 과정을 자동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의 복잡한 서류 작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무역금융 분야 기업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될 예정인데, 외화송금 분야로 범위를 확장해 이상 해외송금을 걸러낸다는 게 관세청 구상이다. 국내 기업이 송금 신고 단계에서 정보 제공에 동의만 하면 국내에 반입된 수입
당국 관계자는 "관세청 마이데이터를 통한 사후 확인 작업이 추가되면 송금 내역과 국내 물품 반입 내역이 전혀 다른 거래를 손쉽게 발견할 수 있고, 사전송금을 악용하려 했던 곳에서도 사후 추적을 우려해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