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 전반에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같은 업종 내에서도 종목별 수급이 갈리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유사한 사업부문을 가진 업체들을 동시에 사고파는 '롱숏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적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따라 조금이라도 확실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종목에 수급이 쏠리는 모습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5월 13일~6월 13일) 삼성전자를 2조1033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SK하이닉스는 330억원가량 사들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빼내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삼성전자에 집중된 데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에 특화된 사업구조를 지닌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등도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를 반도체 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SK하이닉스 주가가 예상보다 긴 조정을 보이고는 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제한적인 공급 증가에 따라 수급이 개선되면서 강한 주가 반등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완성 배터리 업종도 비슷한 경우다. 외국인투자자는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을 3574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삼성SDI는 326억원가량 팔아치웠다. '배터리 초격차' 구축에 나서는 LG에너지솔루션에 매수세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 성장률이 경쟁사들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아도 타당하다는 판단"이라고 짚었다.
정보기술(IT) 부품 분야에서도 수급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종 대형주인 LG이노텍(1618억원)과 삼성전기(-1800억
LG이노텍은 IT 전반의 수요 둔화에도 사업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삼성전기는 IT 수요 부진의 영향 아래 '캐시카우'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