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매일경제DB] |
주식을 잔뜩 사놓으셨던 분들 중에 안전한 대피처를 찾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라고 하면 달러와 금이 떠오르실 겁니다. 오늘은 이중 금 투자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금은 일단 사놓고 묵혀두면 가격이 오릅니다. 20년 전 3000원이던 짜장면 한그릇이 지금은 6000~7000원 정도 하고 몇 년 뒤엔 1만원이 넘어있을 겁니다. 금값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은 통화가치의 하락에 반비례해 꾸준히 가격이 오릅니다. 이는 금뿐만 아니라 은, 구리 등 모든 원자재가 그렇습니다.
금은 다른 원자재에 비해 산업용 수요가 크지 않습니다. 산업용 수요가 적다는 것은 경기변동의 영향을 덜 받는다, 경기가 나빠져도 가격이 덜 하락한다, 가치가 항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뜻이 됩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금에 투자하는 이유입니다.
같은 안전자산이긴 해도 달러는 오르기도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금은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오르는 초장기 투자 상품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몇일, 몇 개월을 보는 게 아니라 최소한 10년 이상은 내다보는 투자라는 점을 알고 접근하셔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금투자는 다소 지루할 수 있습니다. 변동성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제 금시세는 1트로이온스당 1840달러 정도입니다. 금값이 2배 오르는 데 대략 13년 정도 걸렸습니다. 이 기간 미국의 나스닥 지수는 8배 정도 올랐고, 삼성전자는 6배 정도 올랐습니다. 자금을 불린다는 측면에서는 금 투자는 좋지 않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자산을 지키면서 조금씩 불려나가겠다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합니다.
금 투자라고 하면 실물 투자를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금은방 등에서 반지, 목걸이 아니면 금괴 형태로 진짜 금을 사는 것이죠. 사실 재테크 측면에서는 0점 짜리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손맛'은 있지만 비용이 너무 큽니다. 금을 실물로 사게 되면 10%의 부가세를 포함해 세공비 등으로 총 15% 정도의 비용이 나갑니다. 즉 금 100만원 어치를 실물로 샀다면 실제로는 85만원 어치의 금만 산 셈입니다. 17.6%가 더 올라야 본전이 됩니다. 금값이 17.6% 정도 오르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3년 5개월 전인 2019년 말에 이렇게 금 실물에 투자한 사람들이 이제 원금을 회복한 상황입니다.
↑ [로이터 = 연합뉴스] |
물론 금값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고 해서 무조건 오르기만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어떨 때 금값이 오르고 어떨 때 금값이 떨어질까요? 금값은 일반적으로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입니다. 이는 금 말고도 구리, 원유 등 모든 원자재가 다 그렇습니다. 이중에서도 금값은 달러화의 가치와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특히나 강합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금값은 떨어집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시기에는 달러화 가치가 강해지기 때문에 금값은 떨어집니다.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국제 금시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하면서 지난 4월 한달 동안 2.05%, 5월에는 3.04% 하락했습니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제 금시세는 지난 2011년 9월 1920.80달러에서 2015년 12월 1045.40달러까지 4년 3개월 동안 45.5%나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미국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금리 인상에 나섰던 시기입니다.
금값과 달러화가 반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투자자에게 중요한 고민거리 하나를 던져줍니다. 국제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금을 달러화로 살 것이냐, 원화로 살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환 오픈을 할 것이냐, 환 헷지를 할 것이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 헷지를 하면 골치아픈 원 달러 환율의 변동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금값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환 오픈형 상품에 투자하면 금시세의 변동과 함께 달러화의 가치 변동이 가격에 같이 반영됩니다. 금시세와 달러화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값이 오르더라도 달러화 가치의 하락으로 실제 수익률이 금값 상승폭에 못 미칠 수 있고 심할 경우 금값은 올랐는데도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날 수도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금값이 하락하더라도 하락폭이 적거나 아니면 플러스 수익이 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PB(프라이빗뱅커)들은 환 오픈형을 추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안전자산의 투톱인 달러와 금을 동시에 보유한다는 취지에서입니다. 금과 달러가 서로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제위기가 와도 자산을 지키는 데 유리합니다. 남들 벌 때 덜 신나더라도, 남들 잃을 때 덜 깨지자는 마인드입니다.
대표적인 환오픈형 금투자 상품으로는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골드뱅킹이 있습니다. 통장이라는 금고에 숫자로 된 금을 쌓아둔다는 개념입니다.
지난 4월 초 KB골드뱅킹에 투자했다면 두달 만인 5월 말에 2.09%의 손실이 발생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기간 국제 금시세는 3.95%나 하락했습니다. 대신 원 달러 환율이 달러당 1216.5원에서 1240.00원으로 1.93% 상승하면서 손실을 일부 줄여준 것이죠.
골드뱅킹은 말이 뱅킹이지 예금이 아닙니다. 이자나 배당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배당을 노린다면 금 채굴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도 금에 간접 투자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금값이 오르면 금 채굴기업의 주가도 자연히 상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금광회사로는 세계 1위 뉴몬트 골드코퍼, 2위 베릭골드 등의 회사가 유명합니다. 이런 기업들을 모아놓은 금 펀드도 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원자재에 투자할 때 이같은 간접투자 방식을 씁니다. 그는 코로나 이후에 원유 채굴기업이나 금 채굴 기업의 주식을 매입한 적이 있습니다.
↑ 해외상장 금 ETF인 `GLD`의 상장 이후 주가 추이 [출처 = 구글 파이낸스] |
투자자들이 가장 쉽고 편하게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금 ETF(상장지수펀드)나 금 ETN(상장지수채권)을 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증권사의 일반적인 HTS에서 다른 국내주식처럼 간편하게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 ETF 투자의 또 다른 장점은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입니다. 환 오픈형과 환 헷지형이 모두 상장돼 있습니다. 'KODEX 골드선물(H)'처럼 ETF 이름 뒤에 '(H)'가 붙은 상품이 환헤지형입니다. 또한 역방향 투자도 가능하고, 레버리지도 가능합니다. '신한 금 선물 ETN(H)'는 국제 금 시세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이와 반대로 국제 금 시세가 1% 하락하면 1%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신한 인버스 금 선물 ETN(H)'도 있습니다. 금 시세가 1% 상승하면 2%의 수익이 나는 '신한 레버리지 금 선물 ETN(H)', 금 시세가 1% 하락하면 2%의 수익이 나는 '신한 인버스 2X 금 선물 ETN(H)'도 살 수 있습니다.
사실 금 ETF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보다 해외증시에 상장된 ETF를 더 선호합니다. 먼저 설명한 것처럼 달러로 금을 산다는 전략입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금 ETF로는 'GLD', 'IAU' 두 개의 ETF가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두 ETF는 큰 차이가 없어서 취향에 따라서 고르시면 됩니다. GLD가 IAU보다 규모가 더 커서 안정적인 반면 IAU는 수수료가 GLD보다 낮습니다.
똑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면 국내에 상장됐든 해외에 상장됐든 수익률 측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세금 문제가 달라집니다. 국내 상장 금 ETF는 15.4%의 세금이 붙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은 다 비과세라고 알고 계시는 분이 많은데요. 이것은 국내 상장기업만 해당됩니다. 금과 같은 원자재 ETF는 15.4%의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로 떼갑니다. 해외 상장 ETF는 매매차익 250만원까지 비과세입니다. 250만원이 넘어가는 금액부터 22.0%의 양도세를 부과합니다.
금 ETF를 매수하려고 하는데 매매차익이 250만원을 넘지 않을 것 같다면 해외 상장 ETF가 유리합니다. 하지만 수억원 어치를 매입한다면 세율이 낮은 국내 상장 금 ETF가 나을 것입니다. 단 해외 ETF는 매매차익에 대해 분리과세를 합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투자금액과 상관 없이 해외 상장 금 ETF를 사는 게 좋습니다.
금 매매 차익에 대한 15.4%의 세금은 골드뱅킹이나 금 펀드와 같은 다른 투자상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이 15.4%의 세금을 피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KRX 금 시장'에서 금을 매매하면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습니다. 이 시장 자체가 금 거래를 양성화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KRX 금 시장도 주식이나 골드뱅킹과 비슷합니다. 자신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