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금리 상승 등으로 재테크 전략의 변화가 필요해졌다. 은행 PB(프라이빗뱅커)들은 대출을 줄이고 현금을 늘리라고 조언하고 나섰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 이승환 기자] |
요즘 은행 창구를 방문하면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탓에 기준금리는 본격적인 상승 바람을 탔고, 이에 시장금리도 덩달아 뛰면서 하루가 다르게 대출금리가 치솟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최고 6% 선에 다다랐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4.43~5.82%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8월 말(연 2.92~4.42%)과 비교하면 10개월 만에 최고·최저금리가 1.4%포인트 이상 오른 것입니다.
변동금리도 5%선에 육박하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8월 이후 상단 금리는 0.8%포인트, 하단은 1%포인트 올라 연 3.71~4.97%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최고 0.85%포인트(상단금리 기준) 높은 편입니다.
주담대뿐 아니라 일반 신용대출도 5%를 넘어섰습니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연 5.10%로, 3개월째 상승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연 5%를 넘어선 것은 2014년 10월(연 5%) 이후 7년6개월 만입니다. 다른 은행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신한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지난 3월 연 4.69%에서 4월 연 4.79%로, 하나은행(연 4.56%→연 4.76%), 우리은행(연 4.47%→연 4.59%)도 올랐습니다. 다만, NH농협은행은 최근 한 달 새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연 4.5%에서 연 4.49%로 소폭 인하됐습니다.
문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이달을 포함해 올해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올려 기준금리가 벌써 1.75%까지 올라간 상태지만, 인상 기조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엄습하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과 미국의 예상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하려면 기준금리가 연내 최소 2.25% 정도까지는 높아져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입니다.
# A씨는 집 없는 '벼락거지'는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지난해 2억원 상당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들어 매달 오르고 있는 이자 부담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주변에서는 좀 더 비싼 이자를 지불하더라도 고정금리가 변동금리 보다 더 유리하다고 조언합니다. A씨는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라도 빨리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유리할지, 그럴 경우 중도상환수수료 등은 어떻게 되는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대출금리 상승세가 당초 예상보다 급격히 빨라지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향후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고정금리가 유리하지만, 당장 1% 포인트나 더 부담해야 하는 고정금리를 선뜻 선택하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지난 2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이 여전히 22.0%에 그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복수의 재테크 전문가들은 "현 추세대로라면 대출기간이 1년을 넘어가면 고정금리 쪽을 선택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대출기간뿐 아니라 가산금리 폭과 대출 한도, 대환대출(갈아타기) 가능 여부 등도 선택하기 전에 꼭 짚어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의 경우 한 달 주기로 예금(수신) 금리 등 조달 비용을 반영해 바뀌지만, 고정금리는 은행채 등 금융채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거의 매일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을 바로 받습니다. 따라서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대체로 고정금리의 상승 속도가 변동금리 보다 빠릅니다. 하지만 일단 현재 대출 시점에서 금리를 고정해 놓으면, 변동금리는 앞으로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래 어느 순간부터 고정금리를 택한 대출자가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지금의 고정·변동금리 격차가 뒤바뀌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가 관건입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약 1년 정도만 빌리고 갚을 단기대출의 경우에만 변동금리가 낫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어 한미간 '금리 역전' 현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한은이 미 연준의 속도에 맞춰 금리를 아주 빠르게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만기가 1년 이하인 대출은 변동금리를 고려하되, 대신 최대한 변동주기를 길게 설정하는 게 낫다"고 조언합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을 받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최대 1.2% 정도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됩니다. 금리를 감안해 대출을 갈아탔지만, 이자 절감액 보다 중도상환수수료가 더 커면 되레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깁니다. 다만, 은행에 따라 변동금리 대출을 혼합형·고정형 대출로 갈아탈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 해주는 은행도 있어 직접 창구를 방문해 상담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구성됩니다. 이 중에서 가산금리는 변동·고정형 여부와 관계없이 대출만기까지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 대출을 받을 당시 책정된 가산금리가 현재 가산금리 수준보다 현저히 낮다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갈아타지 않는 게 현명합니다. 아울러 올해부터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라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 수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상반기엔 개인별 대출액이 2억원, 하반기부터는 1억원을 초과하면 연간 원리금 합계가 연 소득의 40%(비은행권에서는 50%)를 넘을 수 없습니다. 대환대출은 신규 대출로 분류되는 만큼 기존 대출만큼 한도가 안 나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중도상환수수료 절약법 중 하나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때는 같은 은행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합니다.
또 보유하고 있는 대출이 연체 상태라면, 최대한 빨리 갚고 연체가 여러 건 있다면 금액이 큰 것보다 연체가 오래된 것을 먼저 갚는 게 유리합니다. 나이스지키미, 올크레딧, 크레딧포유에서 신용등급은 4개월에 한 번씩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 하면 예·적금 이자를 조금 더 많이 주는 상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법적 권리를 최대한 행사하는 것도 좋은 재테크 수단이 됩니다.
대표적인 게 금리인하요구권(금인권) 입니다. 취업·승진·재산 증가 등으로 돈을 빌린 사람의 신용조건이 더 좋아졌을 때 은행, 카드사 등에서 자신의 대출금리를 깎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입니다. 지난 2002년부터 각 금융사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다가 2019년 6월부터 법제화 됐습니다. 금융사는 의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