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상장한 기업들의 최근 주가가 시초가 대비 평균 4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시장 전체 하락률 19%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상장 기업들은 대부분 성장 산업에 속해 있어 금리 인상기에 주가가 더 큰 낙폭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가 지난해 상반기 상장한 총 39개 종목의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시초가 대비 지난 13일 종가의 평균 하락률은 41%로 집계됐다. 하락률이 가장 큰 기업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라이프시맨틱스(-72%)였으며 승강기용 부품 제조사 해성티피씨(-72%),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 기업 뷰노(-70%), 화장품 소재 기업 선진뷰티사이언스(-69%) 등이 뒤를 이었다.
부진한 실적과 성장 산업이라는 특성이 이 기업들의 주가 낙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마스크 제조, 플랫폼 산업 등은 코로나19로 성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컸던 산업이다. 반면 상장 후 1년여간 이들 실적은 좋지 않았다. 주가 낙폭이 가장 컸던 5개 기업 중 선진뷰티사이언스를 제외한 기업들은 영업이익이 1년간 줄어들거나 손실폭을 키웠다.
현재 주가가 시초가를 웃도는 기업은 3곳에 불과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아모센스는 현재 주가가 시초가 대비 36%, OLED 소재 기업 피엔에이치테크는 24%, 콘텐츠 제작사 자이언트스텝은 11% 높았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영업실적이 지난해 대비 개선됐다. 자이언트스텝의 경우 영업 손실폭은 지난해 대비 커졌지만 '메타버스 테마'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유효해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예상 시가총액이 조 단위 이상이었던 '대어'를 비롯해 올 들어 6개 기업이 공모를 철회한 것 역시 시장이 급격히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이 상장하면서 공모가를 산정할 때는 비교 기업들의 주가가 큰 영향을 미친다. 새로 상장하는 기업의 시가총액은 유사 기업들의 최근 1개월 평균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지난해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발행사들이 공모 시장에서 실질적 기업가치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는 지나갔다고 본다"며 "발행사들 눈높이는 지난해까지의 투자심리에 맞춰져 있는데, 시장 참여자들 반응은 빠르게 식고 있어 공모를 철회하는 기업이 속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39개 기업의 공모가 대비 현재 주가 하락치는 시장 전체 하락률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주를 배정받으면 일정 기간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기관투자자와 달리 일반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투자처'로 공모주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모가는 발행사와 주관사단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의 시가총액에서 20~40%를 할인해 정해진다. 시초가는 상장 당일 장이 열리기 30분 전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
지난해 상반기에 상장한 공모주 39곳의 공모가 대비 지난 13일 종가 평균 변동폭은 -6%로, 시장 전체 하락폭보다 작았다. 모든 공모주를 청약해 지난 13일까지 보유했다면 6%의 손실률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