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비중이 전체 거래금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종목 50개 중 월초 대비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31개(6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 주가가 떨어진 종목 수는 433개(46%)로 비율이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보다 낮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서 갚는 식으로 차익을 올리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 비중이 10%를 넘었다는 건 투자자 10명 중 1명은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뜻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예고 등에 따른 전 세계 약세장 속에 실적이 저조하거나 개별 악재가 발생한 기업 위주로 공매도가 몰린 모습이다.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LG디스플레이로 무려 전체 거래금액의 25.7%에 이른다. 지난 4월 LG디스플레이 주가는 19% 급락했다. 공매도 비중이 치솟은 후 LG디스플레이의 수급은 급격히 악화됐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지난달 LG디스플레이 주식을 각각 1181억원, 133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올해 LG디스플레이 실적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에 공매도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1분기 영업이익은 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나 급감했고 시장 추정치(컨센서스)도 78.5% 하회했다.
넷마블도 공매도 비중이 24.6%로 높았는데 주가는 14% 떨어졌다. 신작 모멘텀이 없고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전년 동기보다 6.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는 넷마블 이익이 무려 51%나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그 밖에 카카오페이(17.2%), SK아이이테크놀로지(14.7%), 카카오뱅크(14.5%), LG에너지솔루션(11.9%), DL이앤씨(10.7%) 등 오버행(잠재적 물량 부담) 리스크가 있거나 고평가 논란이 발생한 종목도 공매도 비중이 높았다.
반면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거나 경기 재개(리오프닝) 등 정책 테마에 따른 수급 개선 덕에 공매도를 이겨낸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공매도 비중이 19.8%에 달한 삼성바이오로직스로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37%, 시장 추정치보다 12% 증가하며 주가가 반등했다. 화장품주인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코스
한편 지난해 5월 3일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후 1년 동안 누적된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147조원(코스피 110조원·코스닥 37조원)으로 집계됐다.
[차창희 기자 / 김금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