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가까운 전통을 지닌 제지 회사 '페이퍼코리아'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 제지 산업에 투자 경험을 지닌 사모펀드(PEF)들이 눈독들이고 있다. 페이퍼코리아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포장용지 부문 1위 사업자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페이퍼코리아의 최대 주주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EY한영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최근 잠재 후보군들에게 회사의 설명이 담긴 투자안내서(티저)를 발송했다. 이번 거래 대상은 유암코가 보유 중인 페이퍼코리아 지분 61.98%와 채권이다. 매각 측은 주식과 채권을 통틀어 3000억원대 중반 정도로 팔길 희망하고 있다. 예비입찰은 이르면 다음달 말 진행될 예정이다.
1944년 설립된 페이퍼코리아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지 회사로 꼽힌다. 전북 군산과 충북 청주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포장·신문용지를 만든다. 유암코는 지난 2017년 페이퍼코리아 경영권을 인수한 뒤 군산공장 이전, 신문용지 공장 매입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해왔다. 유암코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을 주주로 두고 있으며 기업구조조정, 부실채권 매입 등에 주력하고 있다.
페이퍼코리아는 포장용지 분야에서 약 62%의 점유율(전년도 기준)로 압도적인 1위다. 우수한 품질에 힘입어 마켓컬리,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유수 기업들의 납품을 받고 있다. 신문용지 시장에선 전주페이퍼, 대한제지에 이어 세 번째 지위(약 22%)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엔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며 사업 다각화를 시작했다. 전북 군산시 조촌동에 조성 중인 '디오션시티' 개발을 주도했다. 지난해 A5구역 분양에서 58.8대1의 경쟁률을 거뒀으며 잔여 부지(A6)는 올 하반기 분양할 예정이다.
인수 검토에 나선 기업들은 페이퍼코리아의 청주 공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기존 설비를 개량해 골판지 용도로 바꿀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골판지 원지는 포장용 및 택배용 박스로 사용되는데, 최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확산에 맞춰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청주IC 근방에 위치해 있어 전국 각지에 3시간 내로 이동가능한 점도 매력적이라 평가받는다. 시장 관계자는 "인수를 검토하는 곳의 대부분이 청주 공장을 보유한 자회사(나투라페이퍼)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골심지를 만들고 있는 데다 유휴 부지 개발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페이퍼코리아의 전년도 매출액은 4352억원, 영업이익은 314억원이었다. 이는 직전년 대비 각각 10%, 9.2% 가량 하락한 수치다. 회사의
한편 1976년 코스피에 상장한 페이퍼코리아의 이날 종가는 2330원이었다. 이는 시가총액 1017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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