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공정은 대단히 까다롭다. 대기에 있는 수백만 개의 미세먼지를 통제하고, 온도와 습도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불량률을 낮출 수 있다.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공장 자체의 습도를 낮추면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 자칫 현장 관리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올해로 설립 6년 차인 저스템이 웨이퍼의 습도를 낮추는 기술부터 개발한 이유다.
5일 임영진 저스템 대표이사(사진)는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공장을 건드리지 않고 웨이퍼 표면의 습도를 5% 이하로 떨어뜨리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25장 정도의 웨이퍼가 담겨 있는 보관 용기에 질소를 계속 주입하면 습도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저스템은 삼성전자와 주성엔지니어링을 거친 임 대표가 2016년 창업했다. 핵심 분야는 반도체 소자 수율 향상에 필수적인 질소 순환 솔루션이다. 웨이퍼는 박막 증착, 노광, 식각, 세정 등의 가공 과정을 수차례 거쳐 완제품으로 거듭난다. 각 공정을 거친 웨이퍼는 보관 용기에 담겨 있다 이송 기기를 통해 다른 장비로 옮겨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율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보관 용기에 있는 웨이퍼에 가스 미립자와 같은 먼지들이 붙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통상적인 불량률을 고려하면 월간 10만장을 생산하는 라인에서 최소 몇백억 원 단위의 손실이 난다"고 말했다.
저스템은 질소 순환 솔루션으로 웨이퍼 운반 시 사용되는 로드포트 시장에 진출했다. 대부분의 국내 반도체 회사들은 일본에서 수입한 로드포트를 쓰고 있는데, 장비 연식이 20년 이상 돼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로드포트 한 개를 교체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2~3일에 달해 교체 시 생산 차질이 크다. 공장 한 곳당 통상 30여 개의 로드포트가 사용된다. 로드포트를 갈아끼우는 데만 2개월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저스템은 하나의 로드포트를 8시간 만에 정상화시키는 기술로 차별화했다. 로드포트를 교체하기 위해 공장을 멈추는 시간을 최소화했다는 얘기다. 임 대표는 "로드포트를 교체하면 많은 기업이 조 단위 규모로 생산 차질을 빚는다"며 "저스템은 8시간 내로 기존 로드포트 성능을 신제품과 가깝게 만드는 기술을 지녔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저스템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소기업으로 선정했다. 2020년 저스템의 매출액은 438억원, 영업이익은 79억원이었다.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 임 대표는 "남다른 경쟁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회사는 창립 후 연평균 35%씩 성장
하고 있다"며 "공모 자금을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솔라셀 등의 연구개발에 중점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스템은 이달 중순 한국거래소 코스닥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방침이다. 심사를 승인받으면 6~7월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다.
[수원 =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