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경영 슬로건을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라고 소개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조 회장은 사상 최대 실적에 만족하지 않고 신한의 유기적 통합을 통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가 생각하는 신한만의 가치는 '유기적 통합'이다. 재일교포들이 세운 은행에서 출발해 숱한 인수·합병(M&A)을 거친 후 유기적 통합을 통해 신한의 색깔을 유지하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온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통해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아 오겠다며 또 한 번의 위기 돌파 의지를 임직원에게 강조했다.
조 회장은 '순혈 신한맨'이다. 그러나 그가 회장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2015년 신한금융은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조용병 당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깜짝 발탁했다.
조 회장은 유력후보군은 아니었지만 예상을 깨고 그룹의 맏형인 신한은행 수장에 올랐다. 그에게 맡겨진 최대 과제는 침체된 분위기의 그룹을 재건하는 일이었다. 당시 신한은 2010년 신한 사태(경영진과 주주들의 내분으로 고소·고발이 난무했던 사건)의 그림자를 채 떨쳐내지 못하고 내분의 불씨가 남은 상태였다. 이 같은 혼란상 때문인지 신한금융은 전통적인 M&A 명가의 위상도 잃고,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보통의 금융사가 됐다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조 회장은 주변의 우려를 불식했다. 2년간 신한은행장을 지낸 뒤 2017년부터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올해 임기 6년 차에 접어들었고, 그동안 신한금융은 외형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신한 사태의 굴레에서도 벗어났다고 평가받는다. 현재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지주회사에 부회장직을 신설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러한 구상이 가능한 것 자체가 신한 사태가 종결됐다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본다.
KB금융·하나금융 등과 달리 신한금융이 지주회사에 부회장직을 두지 않게 된 계기가 신한 사태였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에도 본래 지주회사 부회장 격인 신한금융 사장직이 존재했지만, 신한금융 사장과 신한은행장 간 갈등 구도가 신한 사태로 번졌던 까닭에 사태가 마무리된 후 은행장만 두는 현재의 직제로 개편됐다.
실적도 순항하고 있다. 그룹 당기순이익은 조 회장 임기 중 매년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21년 당기순이익은 4조193억원에 달한다.
특히 비은행 부문 당기순이익 기여도(비은행 당기순이익/그룹 전체 당기순이익)가 증가한 점이 주목된다. 조 회장은 "M&A를 통해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M&A 등을 통한 신산업 진출)'을 이뤄내야 한다"며 "사업별 칸막이 대신 사업 부서가 유기적으로 화합해 오로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뛰어난 성과에도 조 회장은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신한만의 차별성이 희석되는 모습은 뼈아픈 현실"이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가장 큰 원인은 압도적 1위 금융그룹 지위를 상실하고 KB금융과 경쟁 구도가 고착화됐다는 점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2010년대 초중반에는 내분 사태로 혼란스러웠던 탓에 외부 세력의 진입을 확대하는 M&A가 아무래도 꺼려질 수밖에 없었고, 이 기간 성장이 정체된 것이 그룹의 아픈 과거"라고 전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신한금융은 본래 조흥은행 인수(2003년), LG카드 인수(2007년) 등 과감한 M&A를 통해 성장해온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조 회장 체제에서의 또 다른 화두는 국제 금융 진출이다. 틈만 나면 해외 사업을 독려하며 실적에서 균형감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 주변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지에서 외국계 리딩뱅크에 등극한 신한베트남은행의 성공을 한국 금융사의 기념비적 업적으로 꼽는다. 이 같은 성과도 2017년 조 회장 취임 후 ANZ은행의 베트남 소매금융 부문 인수가 빛을 발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별칭은 '엉클(Uncle) 조'다. 삼촌처럼 친근하게 직원들과 허물없이 지내기에 생긴 별명이다. 직원들과 스킨십을 확대해야 할 때는 분위기에 맞춰 음주를 잘 활용한다. 본인이 술을 잘 마시면서도 합리적으로 소통하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10월부터는 MZ세대를 비롯한 다양한 계층과 소통하는 '비전토크'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말 영국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시차가 10시간이나 나는 곳에서도 영상회의 시스템으로 비전토크에 참여해 소통 강화 의지를 보였다.
조 회장이 비은행국제금융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배경은 그의 이력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984년 신한은행에 신입으로 입행한 그는 1982년 창업한 신한은행의 역사를 대부분 함께하며 그룹의 다양한 핵심 업무를 섭렵했다. 신한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지주 회장에 오른 것은 조 회장이 처음이다. 초대 라응찬 회장은 농협은행, 2대 한동우 회장은 한국신탁은행 출신으로, 다른 금융사 경력이 있다.
조 회장은 입행 8년 만인 1992년 뉴욕지점에 대리로 부임했으며, 이후 신한은행의 뉴욕지점장·글로벌사업그룹 전무를 지내는 등 국제금융 분야에서의 경력이 특히 돋보인다. 2013년에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부임해 회사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며 전통적 은행업 이외 자산시장 이해도를 증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M&A)시장에서의 성과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은행장·회장 선임에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한은행의 전통적 강점인 영업 실적도 돋보인다. 1998년 부임한 경기도 성남시 미금동 지점장, 2006년 부임한 서울 강남대기업금융센터장 시절에 실적 1위를 기록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마라톤 풀코스를 11번이나 완주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업무에 임할 때 강철 같은 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 조용병 회장은…
1957년 대전 출생이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